제주은행 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습니다. 29일 22% 넘게 오른 데 이어 30일에도 11.5% 상승하면서 사흘 전까지만 해도 8000원이었던 주가가 1만1000원을 넘어섰습니다. 올 들어 최고가입니다.
제주은행이 여타 은행에 비해 특별한 호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3분기 순이익이 68억원 남짓으로 지난해보다 역성장해서 실적만 본다면 오히려 주가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주가 그래프를 밀어올린 건 시장에 떠돈 ‘설(說)’이었습니다. 네이버와 두나무 등 테크 기업이 조만간 이 은행 인수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단기 차익을 노린 개미 투자자들이 달라붙은 것인데, 이런 설의 배경은 최근 금융위원회 발표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1월 중순 금융위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비(非)금융 분야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주는 이른바 ‘금산분리 개선 방안’을 곧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가 7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지주라는 우산 아래 신한과 제주 등 2개의 은행이 있는 것이죠. 규제가 완화될 경우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은행업 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은행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신한금융은 굳이 2개의 은행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으니 한 곳을 팔아 다른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확보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M&A(인수·합병) 설의 시나리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주은행 주가가 들썩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지난해 초에도 네이버 인수설이 돌아 주가가 들썩였고, 이후 넥슨 인수설이 불거지며 단기 투자가 몰렸습니다. 그때마다 대주주인 신한금융이 제주은행 매각 가능성을 일축하자 주가가 다시 제자리를 찾곤 했습니다.
불나방같이 테마를 쫓는 투자자들이 제주은행을 사들이고 있기는 합니다만, 어찌 보면 투자자들이 그만큼 성장성 있는 기업 출현에 목 말라 있다는 뜻은 아닐까요. 40여 년 지속된 금산분리 규제를 현실에 맞게 새로 디자인해 금융과 빅테크가 결합한 새로운 성장 기업이 진짜 출현한다면, 단타족들이 아닌 장기 투자자들이 몰려들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