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당국의 ‘제로(0) 코로나’ 봉쇄 정책에 반기를 든 시민들의 시위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중국의 동향에 따라 흔들리는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위험)’가 부각되고 있다. 중국발(發) 악재가 홍콩이나 대만, 중국 본토 같은 중화권뿐 아니라 아시아와 미국·유럽 증시에까지 충격파를 던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사상 최대로 급증한 중국의 식량 수입이 미국의 식료품 물가와 금리까지 연쇄적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8일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시진핑 정부의 방역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가 잇따라 벌어졌다는 소식이 주요 뉴스로 다뤄지자 전 세계 주요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가 장중 4%대까지 급락했다가 1.6% 하락세로 마감했고, 중국 본토 상하이 종합지수도 1% 가까이 떨어졌다.

◇베이징 시위에 전 세계 증시가 흔들

중화권 증시뿐만 아니었다. 일본 닛케이지수(-0.4%), 한국 코스피(-1.2%) 등 아시아권 전반과 미국 S&P500(-1.5%), 독일 DAX(-1.1%) 등 서방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규모 집회가 중국 경제와 중국계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전 세계가 같이 느낀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제 덩치가 큰 중국의 ‘국내 뉴스’는 곧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 뉴스’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이번 시위 사태로 중국과 관련된 종목들의 낙폭이 컸다. 28일 미국 IT 업체 애플의 주가는 2.6% 하락했는데, 이는 중국 정저우시에 있는 애플 협력업체 폭스콘의 공장에서 방역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나 생산에 차질을 빚은 데 따른 것이다. 또 중국 시안에 공장을 두고 있는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의 주가도 이날 4.5% 급락했다.

◇전문가들 “중국 식량 수입 늘어나면, 美 금리도 오를 것”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증가하는 중국의 식량 수입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식량 수입액은 1~9월에 이미 637억달러(약 85조원)에 달해, 사상 최고였던 작년(748억달러)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은 최근 상승하는 국내 식료품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수입 물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이 빨아들이는 물량이 커질수록 글로벌 식료품 시장에선 공급량이 달려 가격이 오르게 된다.

문제는 중국의 식량 수입 급증이 물가를 자극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등 글로벌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미국 식료품 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10%를 넘었다. 러셀 클라크 전 헤지펀드 매니저는 “중국이 이끄는 식량 인플레이션을 연준이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가 오른다는 뜻”이라고 했다. 금리가 오르면 통상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돈을 빼 예·적금으로 옮기게 되고,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도 떨어지게 된다.

◇”긴축 기조 유지한다”는 미 연준 인사들

이런 와중에 연준의 고위 인사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춰질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뉴욕경제클럽이 주최한 행사에서 “(후년인) 2024년에나 우리가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의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윌리엄스 총재는 “아직 할 일이 많다”며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최근 한 행사에서 최종 기준금리가 5~7%(현재 상단 금리 4%)가 될 것이라는 자신의 기존 전망을 재확인하면서 “(현재 7%대인)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릴 수 있는 금리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