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여파로 홍콩 등 중화권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국내 개인 투자자들도 돈을 빼 미국 등 다른 투자처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중학개미(중화권 증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들이 중국에서 탈출하는 ‘차이나 런’ 현상이다. 가뜩이나 중국의 성장 둔화와 강(强)달러·고금리 상황인 데다 중국 경제에서 사회주의 색채가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겹쳤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올해 8~10월(10월은 26일까지) 3개월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홍콩 증시에서 약 2540억원, 중국 증시에서 38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미 투자자들이 양대 중화권 증시에서 총 2920억원의 돈을 뺀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시장에서 개미들은 490억원 정도를 순매수했다. 또 해외 주식형 국내 펀드 가운데서도 중국 펀드 설정액이 지난 한 달간 914억원 줄어든 반면, 미국 펀드는 1973억원이 늘었다. 개미 투자자들이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0%대 성장’ 충격으로 투심 악화
올 들어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어느 국가 증시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화권 증시가 올 초 대비 20~30%대 하락한 상태지만, 한국(코스피)이나 미국(S&P500) 역시 20% 정도 떨어졌다. 전 세계 대부분 시장이 위축된 상황인데도 유독 중국 주식을 팔아치우는 이유는 뭘까.
우선, 올해 중국이 ‘0%대 성장률’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것이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 7월 중국 정부는 지난 2분기 GDP가 작년 대비 0.4% 늘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 2020년 1분기(-6.8%)에 이어 역대 둘째로 낮은 수치였다. 최근 3분기 성장률은 3%대로 올라섰지만, ‘중국 경제가 정체됐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는 것이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대한 신뢰가 큰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 8월부터 본격화된 강달러 현상은 중학개미의 미국행을 더욱 부채질했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달러화로 표시되는 미국 주식 종목은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원화 환산 금액이 커진다. 예를 들어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가 10% 떨어졌어도, 원·달러 환율이 15% 올랐다면 테슬라 주의 원화 평가 가치는 5% 상승하는 것이다. 그런데 연말까지 강달러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유력해지자, 투자처로서 매력에서 중국이 미국에 밀렸다는 것이다.
◇전문가 “中 시장 반등은 내년 이후”
그밖에 텐센트·바이두 등 중국의 대표적 ‘빅테크 성장주’가 고금리 시대에 특히 약세를 보이는 영향도 있다. 성장주는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종목인데, 금리가 오르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기업 가치가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작년부터 중국 정부가 텐센트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해 반독점 규제를 강화해 시장을 긴장시켜 왔다”며 “최근 시진핑 3연임 체제가 확정되며 이런 ‘규제 리스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개미들의 중국 투자가 더욱 위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이 단기간에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동연 연구원은 “구조적 반등의 계기는 중국의 코로나 방역 정책 완화로 볼 수 있는데, 그런 결정은 내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 논의될 것”이라며 “최근 폭락 이후 단기 반등에 일희일비하기보단 신중하게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