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관계자들이 복구 작업을 위해 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오후 카카오 등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해있는 이 건물 지하에서 불이 나면서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 일부서비스에 장애가 빚어지고 있다./뉴스1

“월요일이 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카카오에 투자한 ‘개미’들은 주말 내내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15일 오후 발생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장시간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카카오의 데이터 관리에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6일 카카오 투자 관련 커뮤니티와 종목 토론 게시판 등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17일 월요일 증시가 열리면 카카오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것 아니냐” “검은 월요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카카오 종목 토론 게시판에는 카카오 화재가 발생한 15일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오후 3시까지 24시간 동안 8000여 개에 달하는 게시 글이 올라왔다. 통상 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에는 100여 건 올라오고 평일에도 500여 건의 글이 올라오는데, 이번 주말에는 게시 글이 폭증한 것이다. “이번 주에는 주가가 또 반 토막 나겠다” “자사주 소각하랬더니 건물을 소각하면 어떻게 하냐” “쪼개기 상장만 하더니 서버는 안 쪼개고 뭐했느냐” 등 대부분 부정적인 주가 전망과 카카오에 대한 불만 섞인 내용들이었다.

◇개미, 한 달간 카카오 1561억 순매수… 주가는 27%↓

카카오 주가는 1년 넘게 수직 낙하하고 있다. 작년 6월 24일 장중 17만3000원까지 올랐던 카카오는 지난 10월 13일 4만7300원까지 내려앉았다. 올해 들어서도 반 토막이 난 상태다. 데이터 센터 화재 전날이었던 14일에는 주가가 8.67% 급등하면서 개미들의 기대감이 커졌지만, 하루 만에 기업을 휘청이게 만드는 악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최근 한 달간 카카오를 집중 매수해온 개미들에게는 화재 소식이 청천벽력 같은 악재로 받아들여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9월 14일~10월 14일)간 개인 투자자들은 카카오를 1561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사 중에서는 네이버(8121억원), 삼성전자(4083억원)에 이어 셋째로 많은 규모다. 올해 6월말 기준 카카오 소액주주는 204만명에 달한다. 작년 말(192만명)보다 12만명가량 증가했는데, 현재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개인들은 다른 종목을 팔더라도 카카오의 반등을 기대하며 저점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개인들의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의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최근 한 달간 카카오 주가는 7만원(9월 13일 종가)에서 5만1400원으로 27%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카카오의 주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현대차증권(10만4000원→9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10만5000원→7만4000원), 한화투자증권(11만원→8만5000원), 다올투자증권(10만원→6만3000원), NH투자증권(11만원→7만8000원), SK증권(11만원→7만4000원) 등이 목표주가를 내렸다.

◇동반 추락 ‘카카오 4총사’ 자사주 소각·매입 나서

끝 모를 주가 급락세에 카카오를 비롯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 4총사’들은 자사주 소각·매입 등 긴급 처방을 통해 급한 불을 꺼보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이 4개 회사는 연일 신저가를 기록 중이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작년 말 5만9000원에서 이달 14일 1만7500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무려 70.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는 79.3%,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58% 떨어졌다.

카카오는 연내 약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확한 시점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다음 달께 좀 더 구체화한 내용이 나올 거란 전망이 많다.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대표는 지난 7일 대표 명의의 메시지에서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 주주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의 임원 12명이 지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자사주 총 5만685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도 신원근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이 이 회사의 주식 매입을 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쪼개기 상장’ 논란을 일으킨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상장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