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거래를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

미국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을 웃돌면서 미국 기준금리가 올 연말 4.75%, 내년 초엔 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전례 없는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까지 감행하면서 기준금리를 0.5%에서 3.25%까지 끌어올렸는데도 8%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더 강한 대응에 나서 연말까지 남은 두 차례의 금리 결정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두 번 모두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금리 급등으로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긴 하지만, 물가를 못 잡으면 더 큰 고통이 올 수 있다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입장이 우세한 상황이다.

◇8%에서 내려오지 않는 미국 물가

13일(현지 시각)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8.1%)보다 높은 전년 대비 8.2% 상승한 것은 주거비, 의료비, 운송비, 전기료 등 서비스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휘발유 값이 꺾이는 추세지만, 이들 서비스 가격 상승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물가지수 산출 비율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의 경우 7월 5.7%, 8월 6.2%에 이어 9월 6.6%로 상승 폭이 더 커졌다.

금리 선물(先物) 가격을 통해 향후 기준금리를 추정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다음 달 1~2일 FOMC에서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오를 확률이 14일 기준 96.4%에 달한다. 연말 FOMC에서 재차 0.75%포인트 상승할 확률도 59.2%에 달한다. 예상대로라면 연준은 5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게 된다. 기준금리 상단이 4.75%가 된다.

내년 2월 있을 FOMC까지 시야를 넓히면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최종 금리가 5.0%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IMF와 세계은행(WB) 연차총회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오랫동안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는 시나리오는 미국에도 나쁘지만, 전 세계에도 파급효과가 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고삐 풀린 기차’가 되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 릭 라이더는 13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11월 0.75%포인트 인상이 “이제 확실하다”면서 “시장이 12월과 내년까지도 추가적인 공격적 인상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투자은행 바클리도 9월 물가지수가 나온 직후 11월 0.75%포인트 인상에 이어 12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종전 0.5%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올렸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 멤버십 연례총회에서 “물가가 너무 뛰고 있다. 많은 이코노미스트가 연준이 금리를 최고 4.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내 직감으로는 그보다 더 높을 것 같다”면서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지 못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시장은 불안한 랠리

올 들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상승률이 발표되면 주식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시장의 반응이 조금 달랐다. 이날 뉴욕 다우지수는 발표 직후 1.8% 급락했다가 급등해 2.83% 상승했다. S&P500과 나스닥 지수도 각각 2.6%와 2.3% 올랐다.

슈와브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리즈 앤 손더스는 CNBC에 “인플레이션이 ‘마지막 숨’을 거두고 여기서부터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에야말로 물가가 정점에 가까워졌으며, 앞으로는 둔화할 일만 남았다는 데에 시장은 기대를 걸었다는 뜻이다.

이날 온라인 부동산 중개 업체인 리얼터닷컴이 집계해 발표한 9월 미국 50대 도시 임대료 중간값 상승률은 전년 대비 7.8%로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뉴욕 증시의 깜짝 랠리에 14일 아시아 증시도 2~4%대 상승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가 전날보다 3.25% 올랐고, 코스피 2.3%, 코스닥 4.09%, 대만 가권 지수도 2.48% 뛰었다.

하지만, 일시적인 반등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8월 소비자 물가 발표 직후 관망하던 뉴욕 시장이 하루 뒤 폭락한 전례가 있다. 제이미 다이먼은 금리 급등으로 ‘심각한 침체’가 올 경우 “주가는 지금보다 20~30%는 더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