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들의 2000억원대 순매수세에 힘입어 전 거래일(2192.07)보다 10.40포인트(0.47%) 오른 2202.47에 장을 마쳤다./뉴시스

급등하는 금리, 격화하는 전쟁, 불안이 가중되는 영국 채권시장 등 국내외 각종 악재 속에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거꾸로 국내 주식 순매수 행진에 나서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3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만 1조27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29일과 30일을 합치면 9거래일 연속으로 총 1조6583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나 기관투자자가 각각 3531억원과 1조4047억원 매도 우위였던 것과 대조된다.

◇외국인, 삼전·하이닉스 왜 사죠?

외국인들이 청개구리 같은 ‘바이(Buy) 코리아’ 행보를 보이는 이유를 파악하려면 순매수 상위 종목 면면을 훑어봐야 한다. 이들은 최근 9거래일 사이 삼성전자(8081억원), SK하이닉스(6410억원), 삼성SDI(1631억원), LG에너지솔루션(1409억원), KT&G(910억원), LG화학(831억원), 삼성전자 우선주(547억원) 등을 주로 쇼핑했다. 전기·전자 업종 시총 상위 업체 이름이 많이 보인다.

그렇다면 전기·전자 업종 강국이면서 외국인들이 늘 한국과 저울질하는 대상인 이웃 대만에서도 외국인 순매수가 비슷하게 유입되고 있을까.

2020년 이후 올해 초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은 한국보다는 대만을 ‘상대적으로’ 선호했다. 블룸버그와 하이투자증권 통계를 보면 2020년 1월 1일부터 올 1월 말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대만 시장 순매도 금액은 328억달러 규모로 같은 기간 한국에서의 순매도 금액(464억달러)보다 훨씬 적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신흥 시장에서 투자금을 대거 회수하는 와중에 한국보다는 대만을 선호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올여름 이후 외국인들은 한국보다 대만에서 더 빠른 속도로 철수하기 시작해, 이달 11일 기준 대만 시장 외국인 순매도액은 누적 768억달러에 달한다. 한국은 누적 561억달러로 7월 이후엔 매도보다 오히려 매수가 많은 추세다.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한국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대만 증시 대장주인 TSMC 주가는 10월 들어 5.8% 하락한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5.1% 상승했고, 7월 이후 등락률을 보면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 여기에 힌트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라는 공통분모에도 양안 관계 악화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여파 악영향이 한국보다 대만 IT 업황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대만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가파르게 꺾이면서 양안 관계 악화가 대만 IT 제조업 경기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추세적 매수세 논하긴 일러… “반도체 업황 바닥 찍어야”

달러로 환산한 코스피지수 낙폭은 지난해 7월 고점 대비 현재 50%에 육박하고 있다. 원화 기준 지수 하락 폭은 35% 수준이지만,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30%가량 급락하면서 달러 환산 기준 하락 폭이 훨씬 커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원화 가치 하락이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것인 만큼, 최근 한국의 주가 낙폭이 과도하다고 볼 수도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TSMC에 비해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2020년 1월 1일 삼성전자와 TSMC 주가를 100으로 놓고 봤을 때 TSMC 주가는 올 초 200 수준까지 올랐다가 현재 120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삼성전자 주가 수준은 현재 정확히 100 수준이다. 2020년 1월 1일 주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얘기로,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다는 의미가 된다. 달러 환산 주가지수 낙폭이 크다는 점,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 낙폭도 상대적으로 심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저가 매수’ 세력 일부가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 전문위원은 “아직은 외국인들의 추세적 매수세를 논하긴 이른 시점”이라며 “지속적인 매수세가 유입되려면 대외 환경이 안정되고, 무엇보다 반도체 업황이 돌아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 등은 반도체 업황이 내년 2분기쯤 바닥을 찍고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