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공장 M16./SK하이닉스 제공

2019년부터 국내 증시에는 시가총액 ‘넘버3’ 징크스라는 게 생겼다. 삼성전자가 20년 넘게 시총 1위 자리를 굳게 지키는 가운데, 시총 3위 종목이 매년 바뀌는 것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매년 첫 증시 개장일을 기준으로 2016~2018년까지 3년간 시총 ‘넘버3′는 현대차였다. 그런데 2019년 개장 첫날 셀트리온이 현대차를 제치고 시총 3위에 올랐다. 2020년에는 네이버, 2021년에는 LG화학이 시총 3위를 차지했지만, 다음 해가 되면 어김없이 새로운 넘버3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내년에도 넘버3 징크스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에 2년 만에 다시 시총 3위 자리를 탈환한 네이버가 주가가 많이 떨어져 지금은 시총 9위로 밀렸기 때문이다. 현재 시총 순위를 감안하면 2023년 새해 넘버3는 2022년 1월까지 6년간 넘버2였다가 올해 LG에너지솔루션에게 밀려난 SK하이닉스(현재 3위)나 ‘만년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중 한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3위 자리도 위태로운 SK하이닉스

반도체 업계 불황으로 주가가 급락한 SK하이닉스는 시총 3위 자리도 위태롭다. 12일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68조4322억원으로 삼바(58조3627억원)와 격차가 10조원 수준이다. 두 기업의 시총 격차는 2020년 초 40조5901억원에서 2021년초 36조8775억원, 2022년초 33조2640억원 등으로 꾸준히 좁혀지는 추세다. 올해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유독 약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30일에는 SK하이닉스와 삼바 격차가 3조원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9만4000원으로 올 들어서만 28.2% 하락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수요가 쉽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고, 곧 발표될 3분기 실적부터 부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될 것”이라며 “고객사들은 재고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현 시점에서도 적극적인 구매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작년보다 14.6% 줄어든 10조5962억원이다. 내년에는 5조6047억원으로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가가 현재 수준에서 더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가는 부진한 업황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며 “고객사들의 재고가 조정될 올해 연말이나 연초에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재용(왼쪽 둘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영업익 ‘1조 클럽’ 앞둔 삼바

업황이 어두운 SK하이닉스와는 달리 삼바 전망은 밝다. 지난 4월 국내 증시 하락세 속에서도 3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청약률 100%를 넘기기도 했다. 주가는 증자 영향으로 주식 수가 늘어나 올해 들어 9.2% 하락했지만, 시가총액은 3.2% 줄어드는 데 그쳤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형주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삼바는 제자리를 지킨 셈이다.

삼바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429억원으로 작년보다 38.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9157억원으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을 눈앞에 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삼바는 지난 11일 4공장을 가동하면서 바이오업계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설비를 구축하게 됐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바는 2020년 이후 26건의 수주 계약을 공시했는데, 최종 수주 금액은 5조6559억원으로 최초 계약 규모(3조6570억원)보다 2조원 이상 증액됐다”며 “고객사가 원하는 품질의 의약품을 생산 납품하면서 쌓인 신뢰가 수주 금액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새로운 공장을 가동하면서 당분간 영업 이익률은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호적인 업황 속에서 모든 공장이 풀가동되면서 양호한 실적 전망이 예상된다”면서도 “4공장 가동 효과는 내년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 그전까지는 관련 비용 반영으로 수익성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