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주식 안 합니다. 주식 거래 앱을 켜지도 않습니다.”

증시가 추락하면서 주식에서 손을 떼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식을 거래하는 증권사 주식 거래 앱 이용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중이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금액도 2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유했던 주식을 팔아버리고 투자를 잠시 쉬거나, 아예 증시를 떠나는 동학개미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원들이 9월 28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증시 하락에 대응하는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2.9.28/뉴스1

10일 앱 정보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 국내 주식 거래 점유율 상위 5개 앱(키움·KB·삼성·미래에셋·NH투자증권)의 이용자는 778만명으로 집계됐다. 8월(823만명)보다 45만명이 줄었다. 이용자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앱을 쓴 사람을 뜻한다.

9월 한 달간 코스피가 12.8% 하락하는 등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동학개미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다는 뜻이다. 주가가 떨어진다고 주식 앱 사용자가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에는 하락 폭(-13.2%)이 더 컸지만, 5개 앱 사용자 수는 5월보다 오히려 10만명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킹(king)달러’가 등장하면서 2년 2개월 만에 만에 코스피 2200선이 무너진 ‘9월 장’이 ‘6월 장’보다 체감 충격이 더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연준이 지난 6월에 이어 7월과 9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증시가 맥을 추지 못하면서 동학개미들의 좌절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로나 특수’ 이전으로 증시가 회귀하면서 개미들의 낙심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식 거래 앱 이용자 추이

미국 증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CNBC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열기가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초반 이전 수준으로 식었다고 구글 통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온라인 검색 추이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대표 지수인 다우 지수나 애플, 테슬라의 주식 종목명인 AAPL이나 TSLA 등을 검색하는 빈도가 2020년에 비해 5분의 1 미만으로 줄었다.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빚을 내는 신용거래융자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16조564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0일 이후 12거래일 연속 감소해 지난 2020년 11월 5일(16조5524억원) 이후 23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주요 기업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 심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총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지난 7일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10조8000억원)은 시장의 예상보다 1조원이나 적었다. 금리 상승으로 신용거래융자 이자가 10%대로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출 기간 151~180일 기준, 유안타증권의 이자율은 10.3%에 달한다. 삼성증권(9.8%), DB금융투자(9.7%), 하이투자증권(9.6%) 등도 10%에 육박한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등으로 볼 때 올 연말까지 증시가 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변동성이 큰 시기에 무리한 투자보다는, 오히려 주식을 잠시 묵혀두거나 예·적금으로 돌려 놓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