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유민(42)씨는 요즘 틈틈이 증권사 HTS(홈트레이딩시스템) ‘채권’ 코너에 들어가 ‘장내 채권 현재 가격’을 기웃거리고 있다. 최근 한 은행에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이 매물로 나오는지 지켜봤다가 등장하면 바로 주워담을 생각이다. 이씨는 “몇몇 증권사가 이 채권을 팔고는 있지만, 직접 사면 0.1%포인트라도 더 좋은 금리에 살 수 있어서 ‘손품’을 팔고 있다”고 했다.
주식시장 한파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채권으로 대거 이동 중인 가운데, 스마트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채권 투자법이 진화하고 있다. 지금은 대부분이 증권사 객장 또는 앱을 통해 개별 증권사가 보유한 장외 채권을 사고 있는데,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장내에서 채권을 사는 데로도 눈을 돌리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챙기는 1% 내외 판매 마진을 내지 않고 더 높은 금리에 채권을 사려는 것이다.
◇장내 수수료가 장외보다 3배 싸다
채권시장도 주식시장처럼 장내와 장외 시장으로 양분된다. 장내에선 주로 국채, 장외에선 국채 외에도 회사채, 은행채, 특수채 등이 유통된다. 장외 시장이 장내보다 거래 대금이 5배가량 많고, 특히 회사채는 98%가 장외에서 거래된다.
이제까지 개인들이 증권사를 통해 장외에서 주로 채권을 샀던 것은 장외에 훨씬 다양한 물건이 진열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사별로 각자 발행사로부터 채권을 인수해와 팔기 때문에 특정 종목이 어떤 증권사엔 있고 어떤 증권사엔 없는 경우가 많아 고객들은 종목별로 파는 증권사를 찾아다녀야 했다.
최근 일반인들의 채권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거래량이 많지 않았던 채권 장내 시장도 슬슬 활기를 띠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 말 우리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5년물 표면금리 5.2%로 발행됐는데 이것을 한 증권사에서는 5.06%에 팔았다. 0.14%포인트 차이에는 발행 후 발생한 경과이자와 증권사가 떼가는 수수료가 반영돼 있다. 업계에선 대체로 대형 증권사의 경우 100억원어치 채권을 인수해오면 1% 내외를 가격에 반영한다고 말한다. 이 비용을 고객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장내 채권은 증권사가 중간에서 수수료를 떼지 않다 보니 같은 물건도 더 높은 금리에 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잔존 만기에 따라 다르지만, 장내 채권 매매 수수료는 만기 2년 이상 채권을 거래할 경우 대체로 0.3% 수준이다. 같은 물건이라면 장외가 장내보다 3배는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장외에서 채권을 산 사람들이 장내에 물건을 팔려고 내놓고, 장내서 사려는 사람이 등장하면 거래가 성사된다.
11일 기준 장내 채권시장에는 보험사 등 금융기관이 발행한 후순위채, 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 등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이 주로 거래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이한구 채권전문위원은 “개인들이 지금까지는 장외에서 주로 채권을 매입했지만, 같은 종목이 장내에 있을 경우 장내에서 사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발행사 건전성·신용등급 따져봐야
채권이 주식과는 달리 정해진 기간 뒤에 채권 발행사가 망하지 않는다면 원금과 이자를 보장받는 투자처이긴 하지만, 예금자 보호가 되는 예금과는 다르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연 8%대 고금리 후순위채를 발행했던 저축은행들이 2011~2012년 줄줄이 영업정지되면서 1만여 명의 투자자가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잃었다. 이때 피해를 본 주부 이모씨는 “채권은 자칫 잘못하면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는 점을 몰랐다”면서 “요즘 고금리 채권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투자는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AA-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26일 연 5.528%, 신용 등급 BBB-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11.382%까지 치솟았다.
다만 메리츠증권 이승영 상무는 “저축은행 사태를 거치며 국내 금융사들의 건전성이 크게 개선됐고, 보험사 후순위채의 경우 이자지급 의무가 없는 코코본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상도 채권상품부 상무도 “AA급 이상 우량 등급의 채권 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므로 지금이 채권투자의 적기라 생각한다”며 “내년 이후 글로벌 경기 불황이 예상되는 만큼, 향후 금리가 하락하면 단기보다는 장기 채권 투자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