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빌딩.2022.01.12./전기병 기자

은행권의 이상(異常) 외화 송금 거래를 조사 중인 금융감독원이 최근 NH선물에서 약 7조원대의 이상 거래가 발생한 정황을 발견하고, 검사 범위를 선물사와 증권사 등 비은행권으로 넓혔다고 9일 밝혔다. NH선물에서 포착된 이상 외화 송금액 규모는 50억4000만달러(7조1500억원)로, 기존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밝혀진 규모(72억2000만달러)의 약 70%에 달한다.

금감원 조사 결과, 중국 국적의 외국인 투자 법인 대표가 원·달러 선물 거래 명목으로 NH선물에 법인 명의의 위탁 계좌를 개설한 뒤 이를 이용해 해외로 돈을 송금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인출된 자금이 여러 사람을 거쳐 NH선물에 개설된 법인 위탁 계좌로 모인 뒤, NH선물을 통해 외국인 투자 법인의 해외 계좌로 빠져나간 것이다.

NH선물을 이용한 외화 송금은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투자금 회수’ 형태여서 돈이 오고 가는 목적을 따로 증빙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더 수월하게 돈을 빼돌릴 수 있었던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 화폐가 해외보다 국내 시장에서 비싼 값에 팔리는 ‘김치 프리미엄’ 을 노린 가상자산 차익 거래를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