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AAA로 초우량급인 우리금융지주가 국내 금융지주사 중 처음으로 ‘월이자 지급식’ 채권 발행에 나선다. 카드·캐피털사 등 더블A급(AA) 여신 전문 금융회사들이 올해 하반기 들어 매달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을 잇따라 발행했는데, 트리플A급인 은행권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주식시장 하락세 속에 개인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채권으로 몰리면서 월이자 지급식 채권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18일 월이자지급식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한다. 3000억원 규모로 발행될 예정인 우리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최고 연 6% 정도로 예상된다. 1억원을 투자했을 때 매달 50만원씩(세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채권의 일종인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일정 주기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 상품이다. 변제 순서가 선순위채, 후순위채보다 뒤에 있어 금융지주사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은 AA-로 분류되고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채권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유인하려는 것”이라며 “우리금융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이 AA-라고 해도 발행사 신용등급이 트리플A로 초우량 기업이기 때문에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까지 퍼진 월이자 지급식 채권
은행권에서 우리금융에 앞서 월이자 지급식 채권을 발행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지난달 14일 신한은행은 500억원 어치 규모로 월이자 지급식 채권을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연 4.12%에 2년 만기 상품이었다. 신한은행은 추가로 오는 17일 월이자 지급식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하고, 6일 수요 예측을 통해 발행 금리와 금액을 정할 예정이다. 금액은 3000억원, 금리는 최고 5.95% 정도로 예상된다.
통상 회사채는 3개월마다 정해진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채권 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매달 이자를 받는 방식을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었다. 실제로 삼성증권이 지난 8월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발행한 월이자 지급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을 분석한 결과 60%가량이 60대 이상으로 집계됐다. 고정적인 현금 흐름이 필요한 은퇴자들이 이런 방식의 채권에 투자한 것이다. 채권을 발행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투자자들이 몰리면 조달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인 채권 순매수액 1년 전보다 9배 급증
채권 시장에서 월이자 지급식 채권 발행의 원조는 카드사와 캐피털 등 여신 전문 금융회사였다. 지난 8월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삼성증권을 통해 월이자 지급식 채권을 발행한 이후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신한카드, 메리츠캐피탈이 발행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매수세가 급증하면서 월이자 지급식 채권 발행이 은행권으로 확산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매달 평균 5000억원씩 정도였는데 올해 7월에는 4조2958억원으로 급증했다. 8월과 9월에도 각각 3조2463억원, 3조906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7~9월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10조632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조1807억원)의 9배가량으로 늘어났다.
채권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커졌다. 2012~2021년까지 10년간 전체 채권 순매수액 중 개인 비율은 0.8%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달까지 3.5%에 달하고 있다. 개인 순매수액이 몰린 7~9월까지 세 달간은 이 비율이 6.7%까지 늘어났다.
김지만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권 투자는 동일 금리를 가정할 때 은행 예·적금보다 세금이 적은 데다, 중도 해지 개념이 없고 상황에 따라 매수·매도가 자유롭다”며 “올해 들어 채권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해 투자 매력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