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주간 코스피 지수가 10% 급락하는 동안 동학개미(개인 투자자)들은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미국 달러화를 제외하고 주요국 통화 가치가 대부분 추락을 면치 못하는 ‘킹(king)달러’ 현상과 경기침체 가시화 등으로 코스피를 비롯해 전 세계 증시가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보였다. 주식 시장이 크게 요동쳤지만, 동학개미들은 삼성전자만큼은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부터 전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9251억원 순매수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등 상장사를 통틀어 순매수액 1위다. 이어 SK하이닉스(3102억원), 엘앤에프(1765억원), 삼성전자우(1370억원), LG전자(1111억원) 순이었다. LG전자를 제외하면 모두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었다.
◇삼성전자, 올 들어 28번 신저가 갈아치워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역시 삼성전자였다. 동학개미들은 지난 1월부터 지난 28일까지 삼성전자를 18조1127억원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 2위인 네이버(2조4277억원)와 상당한 격차가 날 정도다. “그래도 믿을 건 삼성전자”, “삼성전자 저가매수 기회”라는 생각에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올해 들어 현재까지 삼성전자 주가 수익률은 -32.8%로 시장 수익률(-27.1%)을 밑돌고 있다.
올 들어 ‘52주 신저가’ 경신 횟수 1위도 삼성전자다. 총 28회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우선주 제외) 중 가장 많았다. 지난 21~28일 6거래일 연속으로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 4월 7일 올 들어 처음으로 52주 신저가(6만8000원)를 기록한 뒤 약 5개월 만에 5만2500원(9월 28일)까지 23%나 떨어졌다. 네이버가 27회로 2위, 카카오가 25회로 3위였다. LG화학(15회), LG에너지솔루션(11회) 등이 뒤를 이었다.
반도체 업종 전망이 당분간 밝지 않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질 데까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2년간 공급망 불안으로 삼성전자 고객사들이 쌓아 놨던 재고를 줄이기 시작했는데, 내년 1분기에는 재고 조정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역사적 최저점 수준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에 매수를 고려할 가격대까지 내려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관은 2차 전지, 외국인은 한화·배당株 순매수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반도체 관련 종목은 찾아 볼 수 없다. 개인 투자자들과 180도 다른 모습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주로 2차 전지 종목을 순매수했다. 지난 15일부터 28일까지 기관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SDI(794억원)였다. 최근 2차 전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고려아연(656억원)이 두 번째로 많았고, 코스닥 상장사 중 2차 전지 대장주로 뽑히는 에코프로비엠(427억원)도 순매수 상위 4위에 올랐다.
2차 전지 외에 LG생활건강(447억원·3위)과 호텔신라(417억원·5위)도 최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기관투자자 중 연기금은 LG에너지솔루션(1153억원)과 삼성SDI(383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들의 투자금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한 한화그룹 계열사와 배당주로 향했다. 외국인은 코스피 지수가 2400선에서 2100대로 급락하는 최근 보름 정도의 기간 동안 한화그룹의 방산사업이 집중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773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특히 대우조선 인수 소식이 알려진 26일 이후 28일까지 3일간 무려 1019억원 순매수했다. 이달 초 18.9%였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28일 23.2%까지 늘었다.
나승두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 인수는 한화그룹의 방위사업 역량이 해양 분야로 확대된다는 의미”라며 “대우조선 인수 발표 후 하락한 주가를 저점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화솔루션(1143억원)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 3위에 올랐다. 외국인들은 국내 대표적인 배당주인 KT&G도 1263억원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