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19일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 대금이 합계 13조231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일에는 전날보다 1조원 이상 줄어든 12조583억원(잠정 집계치)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 규모는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뚫고 올라가던 작년 1월 최고치(하루 65조원)의 5분의 1 수준이고, 이달 들어 일평균 거래 대금(14조원대)보다도 10% 줄어든 것이다.

올해 1월에만 해도 국내 주식시장에선 하루 20조원대 거래가 오갔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진 채 손절매하려는 사람들이나 일부 테마주 매매만 형성될 정도로 시장이 썰렁해졌다. 지난 16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2조966억원,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1886억원으로 모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이번 주 미국 등 주요국에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데다, 최근 환율도 고공행진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일단 폭풍우는 피하자’는 관망 심리가 강하게 퍼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짐 싸는 투자자들

쉽게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재 연 2.25~2.5%인 기준금리를 최고 4.5%까지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퍼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짐 싸서 떠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두운 주가 전망은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 목표 주가에도 여실히 반영돼 있다. NH투자증권은 19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7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낮췄다. 20일에는 증권사 중 유일하게 10만원 넘는 목표가를 제시했던 유안타증권이 눈높이를 9만원으로 확 낮추는 등 국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 주가 평균이 7만9000원대로 내려앉았다. 20일 종가는 5만5800원.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평균 6만5819원에 삼성전자를 순매수했다. 1만원은 더 올라야 본전이지만, 주가 눈높이는 점점 더 낮아지는 중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블룸버그는 최근 세계 최대 온라인 거래 회사 IG그룹 등의 통계를 인용해 영국과 스웨덴 등 유럽에서 신규 고객 수와 거래량이 20~66%까지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물가가 급등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생활이 빠듯해진 투자자들이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 결과다. 모건스탠리의 파노스 엘리나스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투자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듦에 따라 신규 투자 유입은 더욱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전이 최고’…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모이는 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 시각) “TINA(There Is No Alternative·주식 외엔 대안 없다)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가가 폭등하면서 모두가 주식시장으로 몰려갔던 것과 분위기가 딴판이 됐다는 것이다.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4%에 육박하면서 S&P500지수 편입 종목 중 배당 수익률이 이보다 높은 종목이 16%에 불과하고, 기준금리가 예상대로 4.5%까지 오르면 주식시장에서 자금은 더 빠져나갈 것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실질금리가 플러스(+) 영역에 들어서면서 위험 자산인 주식의 보유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돈을 빼 ‘금리형 상품’에 돈을 대피시키는 중이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이 3% 중후반, 저축은행은 4% 초반 금리를 제시하고 있고, 금리 5%대 신종자본증권도 자금을 빨아당기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최유준 연구원은 “금리형 상품으로 자금 이동이 가속되면서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펀드 비율이 작년 2분기 기준 24%에서 현재 19% 후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3%가 넘는 시장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배당으로도 개인 투자자를 주식시장으로 유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결산 기준 코스피 기업들의 예상 배당 수익률은 2% 후반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