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많이 떨어져서, 오늘은 많이 올라서 산다.“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를 패러디한 이 표현은 증권가에서 개미들의 지칠 줄 모르는 ‘바이(Buy) 코리아’ 행보를 설명할 때 등장한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르건 내리건 관계없이 꾸준히 국내 주식을 사들인다는 뜻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개미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액이 누적 30조원을 돌파했다. 개인은 지난 8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30조8916억원(ETF·ETN 등 파생상품 제외)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5조5612억원 순매도, 기관은 14조4760억원 순매도하는 등 외국인과 기관이 합쳐 30조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네이버·카카오·SK하이닉스·카카오뱅크 등 소액주주 수가 많은 ‘국민주’가 대부분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우선주를 포함해 총 19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 올해 개인 순매수 금액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개인들의 삼성전자 평균 매수 단가는 6만5937원으로 8일 종가(5만5600원) 대비 16% 가까운 손실을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는 8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당분간 실적 악화가 예상돼 개미들의 추가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밖에 개인들이 많이 사들인 네이버·카카오도 평균 매수단가 대비 현재 주가가 각각 24%와 25% 하락한 상태다.
반면 외국인들은 올해 삼성전자를 우선주 포함 총 10조78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의 열혈 매수세에도 주가가 미끄러져 내리는 이유다. 네이버와 LG에너지솔루션도 각각 1조원 넘는 매도 우위를 보였고,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계열사 주식도 합계 2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개미들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 와중에 외국인들이 사들인 종목은 우리금융지주(1조141억원), SK하이닉스(9494억원), 현대글로비스(8413억원), LG화학(7272억원), 기아(7047억원) 등이었다.
신한금융투자 최유준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큰 시기이지만 2차 전지 밸류체인과 전력기기, 의료기기, 자동차·부품, 타이어 등은 수출 흐름이 긍정적”이라면서 “당분간 전체 주가지수는 주춤해도 이들 업종과 종목은 차별화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