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에 서명하며 연설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미국 바이든 정부의 핵심 추진 법안이었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법)’이 지난달 16일부터 시행되면서, 이 법안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국내 업체와 반대로 악재를 맞은 업체들의 주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IRA법은 앞으로 10년 동안 3690억 달러(약 510조원)을 재생에너지·전기차 등 미국의 ‘그린 산업’에 지원하는 대규모 지원책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전기배터리, 신재생 에너지 관련주들이 들썩이고 있다. 반면 자동차주와 제약주는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많다. 왜 그럴까? IRA법이 도입된 지난달 각 업종 대표주들의 수익률과 함께 알아보자.

◇배터리株, 미국의 중국 견제로 ‘반사 이익’

대표적인 ‘IRA법 수혜주’로 손꼽히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 전기차용 배터리(2차 전지) 종목과 이들 배터리 업체에 소재를 공급하는 화학 업체들이다. IRA법에 따라 미국 정부는 미국 내에서 제조된 전기차에 대해 한 대당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것이 미국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LG에너지솔루션 제공). ⓒ News1 문창석 기자

국내 배터리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지난 8월 한 달 간 42만2000원에서 46만2500원으로 약 10% 올랐다. 삼성SDI도 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7%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IRA법에 힘입어 선전한 것이다. 특히 배터리 소재를 공급하는 화학 업체들의 상승폭이 컸다. 같은 기간 이수화학은 72% 급등했고, 율촌화학(34%)과 LG화학(5%) 등도 올랐다.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코스모화학도 44%나 뛰었다.

특히 IRA법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자재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한국 기업들이 ‘반사적 이익’을 보는 측면도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사들이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대규모로 투자할 계획을 밝히면서, 향후 이들 기업의 IRA 관련 수혜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지원책으로 신재생·원전株도 수혜

IRA법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300억달러(약 41조원)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태양광·풍력 관련주들이 상승하고 있다. 국내 업체가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 등 관련 장비를 미국에 조달하면서 매출이 늘어날 요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인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한 달 간 주가가 20% 뛰었고, 현대에너지솔루션은 36% 급등했다. 또 풍력 발전 관련주인 씨에스윈드(24%), 씨에스베어링(15%) 등도 큰 폭으로 주가가 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 비컨 카운티 태양광 발전소(한화솔루션 제공). ⓒ 뉴스1

원전 관련주도 수혜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IRA법은 오는 2025년부터 가동되는 원전에 6% 세액공제를 하는 등 원전 지원책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원으로 미국 원전 산업이 성장할 경우, 장기적으로 미국에 기자재를 수출하는 국내 원전 설비 업체도 호재를 맞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 원전 관련주인 한전기술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지난달 각각 12%, 9% 상승했다.

◇자동차·제약주엔 부정적… 전문가들 “대응책 따라 극복 가능”

반면 IRA법으로 악재를 맞은 종목으로는 우선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관련주가 꼽힌다. IRA법이 ‘미국 내에서 완성차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현대·기아차 등 전기차를 국내에서 조립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 보통주와 우선주 4종은 지난달 말 주가가 월초 대비 1~3% 하락하거나 같은 가격을 유지했다. 기아도 소폭(0.5%) 하락했다. 또 현대모비스(-6%)나 현대글로비스(-3%) 등 현대차 그룹주들도 일제히 하락세였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인근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2.4.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그밖에 일부 제약주들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IRA법엔 의료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자 값비싼 의약품에 대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것이 미국 내 대형 제약사들에게 타격을 주고, 다시 그들과 연구개발(R&D) 협력을 맺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내 대표적 바이오·제약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3.5%), 셀트리온제약(-7.4%) 등 주가는 뒷걸음질쳤다.

다만 전문가들은 IRA법이 업종별로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진 않다고 보고 있다. 부정적으로 지목된 업종도 대응 방식에 따라 주가 하락의 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최근 미국 내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조기 착공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처럼, 각 회사의 대응 방식에 따라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