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를 얼마나 내고 있는가. 나이를 막론하고 월 20만 원 이상을 납부하고 있다면 재검토해보길 권한다. 유튜브 채널 〈반값 보험료 만들기〉 운영자 장명훈 씨는 말한다. 실손보험, 3대 질병 진단비, 사망보험금(2+1)을 중심으로 30대 5~8만 원, 50대 8~15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반값 보험료 만들기’ 장명훈./ 톱클래스

한국GM(쉐보레) 연구소에서 설계를 담당하던 그는 1년 동안 책 100권 읽기에 도전했다. 책은 인생에 새로운 길을 열어줬고 그중에서도 보험 분야에 눈길이 갔다. 보험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자 보험 시장 구조가 선명히 보였다. 제대로 보험에 가입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비싼 보험료와 불필요한 특약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입자가 너무 많았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가입자가 불리한 구조였다. 문제는 비싼 보험에 가입해놓고도 유지를 못 해 중도 해지하며 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보험 10년 유지율이 겨우 10% 안팎에 불과하다는 업계 종사자의 인터뷰 기사가 이를 방증했다.

그는 2020년 3월부터 유튜브 채널 〈반값 보험료 만들기〉를 개설해 관련 지식을 나눴다. 어려운 보험 용어에 혀를 내두르고 약관을 덮었던 사람, 보험설계사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해줬겠지 막연히 믿어온 사람, 언젠가 걸릴지도 모르는 질병이 찾아오면 큰돈을 보장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 사람 등 평범한 가입자들이 〈반값 보험료 만들기〉를 찾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적지 않은 금액을 부어야 하는 보험에 대해 직접 공부하고 합리적인 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그는 보험의 무용론을 얘기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보험에 제대로 가입해 나를 지키고, 내 돈을 지키길 당부할 뿐이다. 가입자가 현명해지지 않으면 값비싼 보험료를 내느라 정작 더 중요한 목적 자금을 대비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새는 돈을 막고 나를 위한 진짜 투자에 나서야 탄탄한 미래가 가능하다.

보험은 저축이 아니라는 말에 놀랐습니다. 돈을 모으는 수단으로 여기고 보험에 가입하기도 하고 ‘저축보험’ 상품도 있는데요.

“보험을 통한 저축은 시작부터 마이너스라고 보면 됩니다. 보험료 10만 원을 내면 보험회사가 사업비 명목으로 1만 원 정도를 가져가거든요. 저축형 보험 상품도 있지만 가입 기간이 길고 수익률이 높지도 않을뿐더러 중도 해지 위험도 있어 비효율적이죠. 은행 적금은 중도 해지해도 원금을 손해 보는 경우가 적지만 보험은 다릅니다.”

보험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로도 들려요.

“보험을 들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보험료를 줄이고 주요 보장을 키우는 게 핵심이죠. 실손보험과 3대 질병(암·뇌혈관질환·심장질환) 진단비 보험은 성인이면 꼭 가입하라고 권합니다. 부양가족이 있으면 사망보험금을 준비해 가장의 조기 사망 위험에 대비하고요. ‘2+1(실손·3대 질병+사망보험금)’ 전략이라고 하죠. 병원 치료비는 국민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이면 90%는 보장돼요. 하지만 큰 병에 걸리면 직장을 휴·퇴직해 생활비가 필요하니 3대 질병에 대해서는 진단비를 준비하라는 겁니다. 10대 사망 원인 중 3대 질병이 50% 가까이 되니까 확률적으로 필요해요. 여기에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이라면 사망 시 남은 가족의 경제적 타격을 생각해 저렴한 정기 보험으로 보완하는 거고요. 종신보험 아닌 정기 보험입니다.”

2+1을 필수라고 보는 거군요. 필수 보험도 좀 더 합리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실손 빼고는 전부 비갱신으로 가입하세요. 전기납인지도 중요하고요. 전기납은 보험 기간 내내 보험료를 납부하는 건데 20년 납보다 월 보험료가 확 줄어듭니다. 질병에 걸렸을 때 20년 납을 완료했다면 이미 낸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없지만 전기납일 경우 납입 면제를 통해 이후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죠. 20년 납보다는 30년 납이 좋고요. 전기납이나 30년 납은 20년 납보다 총 보험료가 많지만 월 보험료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어요. 월 부담이 적어야 해지 확률이 줄어들거든요. 4인 가족이면 엄청난 차이가 생겨요. 건강체(우량체) 검사도 해보세요. 건강검진 후 승인을 받아 가입하는데 무료로 건강 상태도 확인할 수 있고 건강하면 보험료 할인도 적용돼요. 비흡연자면 추가 할인도 가능하고요. 무엇보다 보험다모아를 통한 온라인 가입을 권합니다.”

보험다모아는 뭔가요.

“정식 명칭은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로,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예요. 온라인 가입이 가능한 보험 상품을 모아둔 곳이죠. 자동차보험, 실손의료보험, 여행자보험, 암보험, 사망보험, 태아보험, 질병보험 등을 비교할 수 있어요. 나에게 필요한 걸 비교하며 가입하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공부해야겠죠.”

온라인 가입이 쉽고 간편하지만 설계사를 통한 가입을 선호할 수도 있을 텐데요.

“보험다모아 가입이 저렴하지만 설계사를 통한 가입이 편하다면 대리점 소속 설계사를 추천합니다. 보험회사 전속 설계사가 있고 대리점 소속 설계사가 있어요. 후자는 여러 보험 상품을 비교한 후 저렴한 상품 가입을 권유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설계사 세 명 정도를 만나보면 상품 선택권도 넓어지겠죠.”

반대로 추천하지 않는 보험이 있다면.

“2+1 외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좋아요. 연령대가 높으면 치매보험, 간병보험, 치아보험 등을 드는데 결국 부담 되는 순간이 옵니다. 보험료가 높은 편이니까요. 치매보험은 10년 유지율이 10%에 불과할 정도예요. 경증 치매는 보장률이 낮고, 중증 치매나 돼야 보장이 큰데 평균 3년 내외면 환자가 사망합니다. 나이가 들면 실손보험을 노후실손으로 전환하고 특약을 줄여 주계약만 유지하며 보험료를 낮출 수도 있습니다. 보장받을 확률이 낮은 여러 보험에 가입했다가 해지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랍니다.”

보험 가입 시 수술비, 입원비 특약도 많이 넣더군요.

“1년에 100명 중 세 명 확률로 수술을 합니다. 그중에서도 백내장, 제왕절개 수술이 많고요. 예를 들어, 종수술비 특약 하나를 자세히 보면 백내장, 제왕절개, 치질 수술은 1종으로 들어가서 가입 금액의 10% 내외를 받아요. 심각한 수술을 해야 많이 받을 수 있죠. 국민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이 있으면 수술비의 90% 정도가 보장되는데 더 받으려고 수술비 특약을 넣는 거예요. 나머지 10%를 위해 수술비 보험을 들 필요는 없다고 봐요.”

얘기를 듣다 보니 보험 리모델링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기존에 가입한 보험 중 이것만은 건들지 말고 유지를 권하는 부분도 있나요?

“납입 만기가 얼마 안 남은 보험이요. 납입 만기가 3년 정도 남았다면 끝까지 보험료를 내고 혜택을 보는 게 낫죠. 또 실손특약이 포함된 건 무턱대고 해지하면 안 돼요. 예전 종신보험, 종합보험, CI보험에는 실손보장이 특약으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해지부터 하면 재가입이 안 될 수도 있어요. 젊더라도 중간에 병력이 있으면 유병자로 분류돼서 보험료 할증이 붙을 수 있거든요. 새로운 실손보험을 알아보고 가입이 되면 해지를 검토하는 게 좋습니다.”

20대는 건강에 자신감을 갖고 보험 가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죠. 병원에 잘 안 간다고 실손보험 가입조차 아까워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만 29세 이하라면 어린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요. 어린이 보험은 만 15세가 해당하는데 30세 미만도 혜택을 추가해 하나의 군으로 만든 거예요. 엄청난 혜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중증 질환의 면책 기간, 감액 기간을 더해줘요. 20대라면 대부분 설계사가 어린이 보험으로 가입해줄 거예요. 지금은 보험의 필요성을 못 느껴도 나중에 후회할 수 있어요. 앞으로도 건강할 것 같지만 40대에 접어들면 아프기 시작해요. 이때부터 보험료가 오르는데 병원을 많이 간다는 의미예요. 일찍 가입하면 저렴하고 가입 제한도 거의 없는데 그걸 잘 모르죠. 보험 가입을 무조건 꺼리기보다 경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젊어서 드는 게 유리해요. 20대 여성이면 5만 원대로 실손보험과 3대 질병 진단비 보험을 들 수 있어요. 그 정도는 투자해도 되지 않나요?”

◇연령대별 적정 보험료는?

‘반값 보험료 만들기’ 장명훈./톱클래스

아낀 보험료는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비싸게 가입한 보험이 부담돼 해지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요. 납부한 비용을 다 못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보험을 최소로 하면서 내 돈 모아가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걱정을 보험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자산을 많이 만들어서 해결해야죠. 보험료에서 줄인 돈은 노후 자금으로 돌릴 것을 추천합니다. 사회생활 시작할 때부터 바로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게 좋은데요, 급여의 10%는 없다고 생각하고 30년 이상 유지하는 거예요. 나중에 노후 자금을 준비하려면 여건상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젊어서부터 연금저축에 가입하면 장기 투자의 복리 효과로 수익률도 높고 노후에 파산할 우려도 없죠.”

연금저축에 관심은 있지만 무엇을 가입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아요.

“크게 연금저축펀드와 연금저축보험이 있어요. 연금저축보험은 결국 보험의 태생적 한계를 못 벗어난다고 생각해요. 공시 이율에 따라 이자를 받는데 시중 금리를 따르고 보험료에서 사업비도 차감하니 노후 자금을 충분히 만들긴 어렵습니다. 또 보험은 납입을 못 하면 실효되니까 그동안 받은 세액 공제 혜택을 다 물어내야 하고요. 그보다는 연금저축펀드를 추천해요. 투자 성향이 보수적이면 채권형 펀드도 좋고, 종합주가지수를 따라가는 ETF를 사도 좋습니다. 설사 형편이 어려워져 납입을 못 해도 해지되지 않고 세액 공제금을 뱉을 필요도 없어요.”

ETF 상품은 자동 이체되지 않고 주식처럼 직접 매수해서 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연금 성격으로 적합할까요?

“대부분 ETF는 매월 자동 매수가 안 되지만, 번거로워도 ETF가 나아요. ETF는 펀드 대비 수수료를 1% 가까이 절약할 수 있는데 이 1%가 나중에는 엄청난 차이로 벌어지거든요. 노후에 큰 수익을 좌우하는 요인이 돼요. 한 달에 한 번 주식 매수하듯, 그 정도 수고는 감내해야죠. 저는 특정 섹터를 선정하기보다 미국, 중국, 한국, 인도, 유럽으로 나눠서 주기적으로 매입해요. 연금저축이라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지수를 따라가는 게 좋다고 보거든요.”

내 돈을 지키기 위해선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군요.

“다른 답은 없어요. 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한 번은 집중하는 수밖에. 배우지 않으면 손해 보는 세상이잖아요. 보험도 마찬가지죠. 알아야 혜택을 누리니까요. 요즘은 유튜브나 책이 잘 나와 있으니 보면서 정보를 선별하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보험은 한번 공부해두면 80세, 100세까지 보장받는 구조를 짤 수 있으니 반드시 공부하길 바랍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내 보험 가입 내역을 살펴봤다. 월 20만 원 이상 내는 호구가 바로 나였다. 3대 질병 진단비는 없고 사망 시 1억 원을 받는 종신보험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부양가족이 있는 것도 아닌데 1억 원의 사망보험금은 불필요해 보였다. 매달 정기적으로 빠져나가는 값비싼 보험료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자위에 불과했다. 한숨이 나왔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한 내게서 맹신과 무지 사이의 진실을 발견했다. 보험 리모델링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동안 낸 보험료에 눈물이 찔끔 났지만 이제라도 자각한 게 어딘가. 월 10만 원 이상은 절약할 수 있을 듯하다. 아낀 비용은 연금저축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노후를 대비한 진짜 투자에.

◇장명훈이 권하는 연령대별 적정 보험료

보험 가입에 정답은 없다. 가입자의 가치관, 살아온 환경, 보험료 납부 수준, 건강 정도 등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다만 가입 시기별로 보험료 변동이 있으니 최대한 빨리 저렴하게, 중요한 것만 집중 가입하는 게 좋다.

20대 : 4~6만 원

대학에 다니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나이. 성인이니 핵심 보험 2+1 중심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미혼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실손보험과 3대 질병 진단비 보험만 가입해도 된다. 실손보험은 월 1만 원 이하, 3대 질병 진단비 보험은 일반암 진단비 5000만 원, 유사암 진단비 1000~2000만 원, 뇌졸중·급성심근경색 진단비 각 3000만 원, 질병 후유장해 3000만 원, 상해 후유장해 1억 원을 기준으로 월 3~5만 원이면 가입할 수 있다. 두 보험 총액 4~6만 원이면 충분하다.

30대 : 5~8만 원

결혼을 많이 하는 연령대다. 핵심 보험 2+1에 모두 가입하면 좋다. 보장 내역은 20대와 큰 차이가 없다. 자녀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를 고려해 온라인 정기 보험을 추가하는 게 다를 뿐. 2+1을 기준으로 여성은 5~6만 원대, 남성은 7~8만 원대가 적당하다. 독신이라면 핵심 보험 두 가지만 집중해 보험료를 최소로 하고 주택 마련이나 노후 자금 준비에 더욱 힘쓰자. 독신일수록 튼튼한 연금자산 마련이 중요하다.

40대 : 7~12만 원

40대부터는 남성의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3대 질병 진단비 보험으로 일반암 진단비 4000만 원, 유사암 진단비 1000~2000만 원, 뇌졸중·급성심근경색 진단비 각 2000만 원, 질병 후유장해 2000만 원, 상해 후유장해 1억 원의 담보를 들어놓고 온라인 정기 보험으로 1억 원을 65세 정도까지 준비하면 된다.

50대 : 8~15만 원

50대가 되기 전에 보험 가입을 끝내는 게 가장 좋다. 50대는 보험료도 비싸고 질병, 치료 이력 등이 생길 나이라 새 보험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 건강한 50대 주부의 경우 일반암 진단비 3000만 원, 뇌졸중·급성심근경색 진단비 각 2000만 원을 비롯해 후유장해와 사망보험금을 추가한 보장으로 월 9만 원대면 가입 가능하다. 남성의 경우 같은 보장이라도 최소 14만 원은 생각해야 한다. 보험료가 부담스러우면 후유장해 특약은 생략해도 좋다.

60대 : 12~15만 원

60대에 작은 질병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직 보험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경증 만성질환(유병력자) 조건으로 보험을 설계해야 한다. 실손보험료도 계속 올라가는 연령대니 무조건 보장을 늘리기보다 부담스럽지 않은 보험료를 유지하자. 일반암 진단비 2000만 원, 뇌졸중·급성심근경색 각 1000만 원을 기준으로 65세 여성 12만 원대, 남성 15만 원대 설계가 가능하다. 건강해서 유병력자 상품이 아닌 일반 상품에 가입한다면 보험료는 더욱 저렴하다.

출처 : 《반값 보험료 만들기 프로젝트》

◇장명훈

보험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합리적인 보험 소비자가 거의 없는 현실을 직시했다. 보험 시장에 대해 고민하다가 유튜브 채널 〈반값 보험료 만들기〉를 개설하고 책 《반값 보험료 만들기 프로젝트》를 썼다. 불필요한 보험료를 대폭 줄이고 그 돈으로 더 탄탄한 미래를 설계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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