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인플레이션은 1970년대처럼 되지 않을 것

우리는 지금 인플레이션이라는 잠자는 거인이 깨어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40년 만의 역습이다.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해 무려 10년간 지속된 인플레이션이 안긴 고통을, 역사는 또렷이 기억한다. 가만히 있으면 가난해지는 시대, 잠자코 당할 것인가, 판세를 읽고 기민하게 대응할 것인가. 이에 따라 내 주머니의 자산은 한없이 쪼그라들 수도, 굳건히 버틸 수도 있다.

오건영 신한은행 WM그룹 부부장./톱클래스

오건영 신한은행 WM그룹 부부장은 국내 최고의 거시경제 전문가로 꼽힌다. 매크로 경제 전문가답게 그는 한참 멀리 내다본다. 인플레이션을 거론하면서 그가 던지는 질문은 “인플레 이후, 과연 누가 돈을 벌까?”다. 인플레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또 한 번의 과실이 주렁주렁 열린다는, 생각만 해도 달콤한 미래다. 하지만 당장은 암울한 현실을 견뎌내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인플레이션장에서 꿋꿋이 살아남는 것이 먼저다.

3~4년 전만 해도 대중에게 투자 및 경제 이야기는 생소하고 어려운 주제였다. 투자 방법 역시 주체적인 금융 소비자가 되기보다 금융 전문가에게 자산 관리를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이후 폭등한 주식 시장은 쏠림 현상이 강하고 머리 좋은 한국인의 학구열을 부추겼다. 국민의 다섯 명 중 한 명이 주식을 하는 ‘주식 인구 천만 시대’는 그렇게 찾아왔다.

‘돈의 맛’을 본 사람들은 주식 등 재테크 공부에 빠져들었다. 기준금리, 양적 완화, 글로벌 유동성 등은 이제 웬만한 금융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개념이 됐다. 재테크 붐을 타고 금융 전문가의 수요는 점점 늘었고,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와 영향력을 지닌 ‘스타 금융 전문가’가 속속 탄생했다. 순발력과 깊이를 두루 갖춘 금융 전문가로서 오건영 부부장의 역할은 유일무이하다.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금융 시장의 판세를 읽어내 거의 매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린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설명력. 아무리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그의 설명을 읽거나 들으면 복잡다단한 경제 현상이 단번에 이해된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를 인터뷰한 대다수의 기사들은 경제에 중점을 뒀지만, 나는 그의 시간들이 궁금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금융 비전공자로서 국제 금융 최고 전문가가 되기까지 20년의 시간, 그리고 약동하는 금융 시장을 읽어내 누구나 알기 쉽게 글로 풀어내는 하루의 시간. 우선 이번 달 스페셜 이슈인 ‘짠코노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고물가·고금리 시대, MZ세대를 중심으로 짠코노미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를 위한 소비인 ‘플렉스’를 외치다가 최근엔 대척점에 있는 짠돌이 라이프 ‘만 원의 행복’ 콘텐츠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죠. 불과 1년 사이에 금융 콘텐츠의 기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결국 사람들은 돈을 모으고 싶은 겁니다. 저축은 소득 빼기 지출이잖아요. 작년에는 주가가 오르면 소득이 커진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소비를 줄이지 않아도 저축을 늘릴 수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소득을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현저히 낮아졌어요. 저축은 늘려야겠는데 소득을 못 키운다면 비용을 줄이는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인플레이션에서는 물가가 오르니까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여야 과거수준에 머무를 수 있어요. ‘만 원의 행복’ 챌린지는 이런 세태를 반영하고 있죠.”

일시적 현상일까요?

“경제 기조를 반영한 유행이긴 하지만, 소비를 줄여야겠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건 굉장히 긍정적인 현상이에요. 돈을 모으려면 현명한 소비가 중요하거든요. 돈을 잘 버는데도 이상하게 돈이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분들의 소비 생활을 보면 (손가락 사이를 벌린 채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면서) 이런 상황이에요. 이 사이로 돈이 다 새잖아요. 막아줘야 돈이 모이죠. 허리띠를 졸라매본 사람들은 어려운 시절이 와도 견딜 수 있지만, 펑펑 쓰기만 한 사람들은 이럴 때 버티기 힘듭니다.”

부부장님은 어떤가요. 평소 절약을 실천하는지요.

“플렉스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어요. 경험이 깨우쳐준 교훈입니다. 2003년 은행에 입사해 창구 업무를 맡았습니다. 당시 카드 대란 막바지 무렵이었죠. 신용카드 규제 완화와 과잉 소비로 신용불량자가 급증했는데, 창구를 찾아온 대부분의 고객이 젊었어요. 그분들에게 부채증명서를 발급하거나 카드사 대출로 전환해주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제 나이와 비슷한데 그런 일을 겪는 분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한편으로는 ‘아, 소비는 함부로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죠.”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에서 개미와 베짱이의 인플레이션 버전 일화를 재밌게 봤어요. 열심히 일만 한 개미는 자산이 거의 안 불어났지만, 놀기만 한 베짱이의 바이올린 가격이 치솟았다는. 한편으로는 무릎을 쳤고,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베짱이가 유리한 세상이 오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죠. 만약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해지면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을 겁니다. 개미가 사라지는 거예요. 일하지 않으면 생산 활동이 사라지죠. 그런데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도 사람들은 소비를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요. 미국의 세태가 그렇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대퇴사 붐과 관련이 있겠군요.

“맞아요.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연준에서는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지만 코로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퇴사한 사람 중에는 자산 가치가 많이 올라서 그만둔 경우도 꽤 있어요. 물가는 안정돼 있는데 보조금을 많이 받다 보니 저축은 쌓여요. 금리가 제로인 탓에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집값은 오르고. 그러면 회사를 그만둬야겠다 싶은 마음이 들죠. 이게 미국의 대퇴사 붐을 만들었던 겁니다.”

코인으로 대박 난 젊은이들도 많고요.

“저도 그런 경우 많이 봤습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받는 돈이 생각보다 적어요. 그분들이 월급을 모아서 집을 살 수 있을까요?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좌절감을 느끼게 되죠. 이걸 따라잡으려면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해요. 그 희망을 코인에서 본 겁니다. 코인을 사서 번 돈으로 코인을 사면 극단의 레버리지 효과가 있으니까요. 그게 팍 튀어오르면 파이어족이 될 수 있고요. 정리하자면 천성이 게을러서 일을 그만둔 게 아니라, 답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보여준 게 코인입니다.”

이렇게 노동임금이 아닌, 금융 소득으로 부자가 되려는 이들이 많아지면 인플레이션에는 어떤 영향을 끼칩니까.

“미국의 경우 코인을 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젊은 사람, 히스패닉이나 흑인 등 유색 인종이 많아요. 노동임금이 낮은 층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많이 합니다. 사람들이 일을 안 하면 노동인구 참가율이 늘지 않죠. 일을 안 하지만 돈은 있으니 소비는 계속 일어납니다. 공급이 올라가지 않는데 수요는 폭발하는 상황이에요. 그게 물가 인상을 만들고,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게 됐어요. 일을 안 해도 되는 세상이 오면 디스토피아가 열립니다. 인플레이션은 노동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고, 기업들의 R&D 투자를 막고, 인간의 창의력을 말살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중앙은행이 나서서 인플레이션을 막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1970년대와는 경향이 다를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지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역시 “그때 같은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은 낮다”고 했고요.

“저 역시 낙관적으로 봅니다. 중기적으로는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안정되면서 1970년대와는 다른 흐름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의 흐름은 어땠습니까.

“그때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조금 올렸는데, 수그러드는 경향이 보이니까 금리를 확 낮췄어요. 경기 부양을 위해. 여기에는 정치적인 셈법이 있습니다. 당시 연준 의장은 아서 번스였는데요, 실력 있고 스마트한 경제학자였지만, 그에게는 친구인 닉슨 대통령의 재선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려면 경제 성장이 필수였어요. 기준금리를 인하해 자산 시장을 부양하는 데 중점을 둔 겁니다. 그랬더니 고개를 숙이던 물가가 전보다 더 크게 치솟았고, 결국 10년짜리 인플레이션을 만들게 됐죠.”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고금리 처방을 택했고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사람들에게 관성이 생깁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커지게 되죠. ‘물가는 오르는 거야’라고 기정사실화해 받아들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치 ‘부동산 불패’를 믿는 것처럼요.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기대감이 있으면 아무리 눌러도 또 오르게 되죠. 웬만한 규제가 통하지 않는 겁니다. 인플레이션도 그래요. 한번 고질병이 들면 해결이 쉽지 않아요. 미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20%까지 끌어올렸어요. 결국 물가는 잡았지만 성장도 잡고 말았죠. 1980년대 초반의 불경기를 감내하면서까지 인플레이션을 제압한 겁니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길게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근거가 있다면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옛날에 그랬으니 지금도 그럴 거야’라는 시각과 ‘과거에 그랬으니 지금은 그렇지 않을 거야’라는 시각. 저는 후자가 맞다고 봐요. 그래서 제가 낙관론자라는 겁니다. 물론 전자처럼 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연준과 각국 중앙은행이 있다는 걸 시장 참여자들이 신뢰하는 단계에 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이게 1970년대와 다른 점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연준과 중앙은행을 신뢰하는 사실 자체가 시장 상황을 움직이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군요.

“저는 시장을 약동하는 생명체처럼 바라봅니다. 예를 들어보죠.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데, 강아지가 누워서 자고 있어요. ‘저 강아지는 한 시간 후에도 자고 있을까?’를 예측해보는 거죠. 그런데 제가 일어나서 걸으면 강아지도 일어나서 따라와요. 제가 누워 있으면 같이 누워 있고요. 예측이 안 되는 겁니다. 예측하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강아지의 행동도 바뀌니까. 시장도 그렇거든요. 내가 어떤 액션을 취하는지에 따라 시장 전체가 바뀌어요.”

◇내가 나를 가르치는 공부의 힘

전작인 《부의 시나리오》에서 성장과 물가를 고려한 네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투자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했죠. 고성장·고물가, 고성장·저물가, 저성장·고물가, 저성장·저물가.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고, 이후에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현재 상황을 1970년대식 저성장·고물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미국 경제가 2.5% 성장세라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3% 성장률을 보이고 있거든요. 한국 경제 역시 2.5~3%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종합하자면 물가 측면에서는 ‘고물가’, 성장 측면에서는 ‘고성장과 저성장의 중간’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아요.”

이런 시기의 투자 방법은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투자 셈법이 복잡해집니다. 고성장·고물가, 저성장·고물가의 가능성이 함께 생기거든요. 우선 한동안 불패로 여겼던 채권은 취약해집니다. 물가 상승 앞에서는 채권 가격이 하락하니까요. 주식 시장 역시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됩니다. 2021년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성장주를 중심으로 조정을 받기 시작했어요.”

성장주라면요?

“2022년 1분기의 경우 주식과 채권의 투자 손실은 상당한데요. 원유, 곡물, 각종 원자재 그리고 자원 부국인 브라질 주식의 성과는 매우 좋았습니다. 저성장 고물가 국면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흐름이죠.”

주식 투자의 태도에 대한 질문이에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을 텐데요. 투자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보이던가요?

“경청을 잘합니다. 경청이란 무조건 열심히 듣는 태도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말하는 사람의 패턴을 맞춰 들으며 따라올 줄 안다는 겁니다. 그분들도 제가 말하는 내용을 모르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도 자신의 지식을 제 이야기 흐름에 맞추면서 더 많은 걸 물어봐요. 상대편이 내 얘길 재밌게 듣는다고 생각하면 더 많은 걸 주고 싶죠. ‘저라면 이렇게 할 것 같습니다’까지 이르러요. 그런데 그분이 제 앞에서만 그랬을까요? 아마 다른 금융권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다양한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겁니다. 반대로 드라이하게 듣거나 중간에 이야기를 끊거나 자신도 다 아는 얘기라는 반응을 보이는 고객 앞에서는 정해진 레벨의 이야기를 하게 돼요.”

‘거시경제 일타강사’로 우뚝 서면서 ‘갓건영’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지요. 페이스북을 보니 거의 매일 A4 세 장 정도의 경제 정세 분석 글을 올리던데요. 그 놀라운 성실성은 어떻게 가능합니까.

“우선 전날 밤에 어떤 이슈를 담은 내용을 적을까 고민합니다. 그리고 아침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근하는데요, 출근길 한 시간 정도 스마트폰 등으로 뉴스를 보면서 글을 구성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지요?

“대중 다수가 읽는 글을 쓰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중반 신입사원 때예요. 은행에서 다루는 펀드를 누군가 스터디해서 공유해야 했죠. 그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펀드 관련 글을 여기저기에서 찾아 요약한 후 제 글로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죠. 구독자가 점점 늘어 2000여 명이 제 글을 읽었어요. 그러다 2012년에 유학을 가면서 페이스북과 네이버 카페를 개설해 같은 내용을 이어갔습니다. 며칠 전 보니 제 페이스북 팔로워가 5만 명이 넘었더군요. 네이버 카페는 4만 2000명이 넘었고요. 5만 명이 제 글을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매일 쓰게 됩니다. 저절로 새벽에 일어나게 되고요.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에는 새벽 세 시에 일어나서 쓰기도 해요.”

거시경제의 어려운 개념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알려주는 재능을 지녔지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상당했을 것 같습니다만.

“몇 가지 계기가 있었어요. 먼저 고등학교 때 수학 단과학원을 다녔는데, 전 타임 마감강사가 강의를 너무 잘하는 거예요. 그분이 문제를 풀면서 설명하면 뭔가에 홀린 느낌이 들었어요. 나중에는 그분의 방식을 따라 하면서 저 스스로에게 가르쳤습니다. 저는 뭘 하든 이해력이 떨어지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내 언어가 되기 전에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더라고요.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프로세스가 자연스럽게 생겼어요. 금융 역시 마찬가지예요. 비전공자로서 내가 나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구어체 역시 쉬운 이해를 도와주더군요. SNS뿐 아니라 단행본도 구어체로 썼던데요.

“대학생 때, 철학과 역사 공부를 좋아했어요. 그때 어려운 내용을 구어체로 쉽게 풀어쓴 책들에 빠지게 됐어요.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나처럼 책 읽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도 구어체로 된 책은 읽는구나. 나도 나중에 책을 쓰게 된다면 구어체로 써야지, 하고요.”

금융 콘텐츠 소비자들이 오건영을 어떤 이름으로 기억하길 바라요?

“책 한 권을 쓰거나 강의나 방송을 할 때 독자와 청자를 먼저 생각합니다. 책이라면 한 권을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강의라면 30~40분간 끝까지 재밌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저는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알려주는 선지적인 능력은 없어요. 다만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작으나마 도움이 되는 금융정보를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한마디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금융인.”

그는 축적된 시간의 힘을 강조했다. 어떤 일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치. 우선 같은 일을 할 때 소요되는 시간이 짧아지고,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둔 인풋이 융합지식의 질료가 된다고 했다. 오건영만의 쉬운 금융 언어가 탄생하기까지 그는 읽고, 이해하고, 스스로에게 가르치고, 글을 쓰는 과정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그리고 그 반복은 사고의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영어 공부를 오래 하면 어느 순간 영어가 들리는 것처럼, 내 언어로 치환해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오래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뉴스를 듣기만 해도 내 언어로 통역돼서 들렸다”는 것. 성실함과 그 성실함이 켜켜이 쌓인 시간의 탑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 오건영이 말하는 분산투자의 네 가지 방법

1. 자산 분산

한 분야의 자산에만 투자하지 않고 주식, 채권, 원자재 등 여러 자산에 고르게 분산투자하는 방법. 주식 하나만 보유할 때보다 주식과 채권, 원자재에 함께 투자할 때 분산투자의 효과가 커질 수 있다.

2. 지역, 섹터 및 종목 분산

미국 주식, 국내 주식, 신흥국 주식, 선진국 주식, 아시아 주식 등 지역별·국가별로 서로 다른 성과를 내는 다양한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방법. 채권 역시 선진국 채권과 신흥국 채권, 국가와 지역별로 금리도 다르고 성과도 다르다. 섹터 분산은 IT, 바이오, 소비재, 산업재 등 특정 섹터에 집중 투자하지 않고 다양한 섹터를 고르게 담는 것을 말한다.

3. 통화 분산

우리는 일반적으로 투자라고 하면 한국 원화로 된 주식이나 채권 투자를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자체의 리스크가 불거지면 원화 표시 자산 전체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궁극의 안전 자산인 달러, 위기 국면에 강한 움직임을 보이는 엔화나 스위스 프랑 등도 분산 통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달러 투자의 경우 달러 통장을 개설해 보유할 수도 있고, 달러 ETF를 사는 방법도 있다.

4. 시점 분산

투자의 성과는 순간순간 달라진다. 호황 국면에는 신흥국 주식이 좋지만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원자재가 유리하며, 위기 국면에서는 달러가 활약한다. 시기에 따라 각 자산들의 기여도가 계속 바뀌는 셈. 베스트 투자 타이밍은 신의 영역이므로, 다양한 자산이 버무려진 혼합 투자 포트폴리오를 매월, 매 분기 조금씩 나누어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출처 :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 오건영

국내 최고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분석 전문가. 어려운 거시경제를 알기 쉽게 설명해 “갓건영” “금융계 1타 강사”로 불린다. 신한은행 WM그룹 부부장으로 투자 솔루션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며, 《부의 대이동》 《부의 시나리오》에 이어 최근엔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를 펴냈다. 유튜브 〈삼프로 TV〉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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