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2000억원대 횡령 사건이 터져 홍역을 치른 오스템임플란트 주가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최근 2주간 45% 급등하더니, 7일은 하루 만에 7%나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주식 매수를 통해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동주의 펀드가 이 회사 주식을 최근 들어 집중적으로 매집하면서 주가가 크게 흔들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전날보다 6.98% 하락한 13만4500원에 마감했다. 이날 하루 주가는 크게 떨어졌지만, 지난달 25일(9만9700원)부터 6일(14만4600원)까지는 주가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올라 45%나 올랐다. 이 기간 아직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법인과 사모펀드가 745억원어치나 매입한 영향으로 보인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대량 매입을 주시는 하고 있다”며 “정황상 행동주의 펀드일 가능성이 있기는 해도 아직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부르게 움직이거나 입장을 밝힐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분율 20%에 불과한 취약한 대주주
증시 주변과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번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매입은 한때 한진칼 2대 주주에 올라 한진그룹 오너가와 분쟁을 벌여 온 강성부 KCGI 대표가 주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이 정도 규모로 공격적인 지분 매입을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강 대표에게 수차례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매입 사실에 대해 확인 요청을 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만약 강 대표 측에서 매입하고 있다면 목표한 지분을 확보한 뒤 공식적으로 회사 측에 원하는 요구 사항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회사 경영권에 영향을 줄만한 지분을 확보해 개입하는 행동주의 펀드는 이론상으로는 기업 가치를 높여 주주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과거 소버린자산운용이나 엘리엇매니지먼트 같은 외국계 헤지펀드가 국내 대기업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너무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지배 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을 공략해 가장 약한 부분만을 건드려왔기 때문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최근 대형 횡령 사건으로 내부 통제 시스템 문제가 드러났고, 최규옥 회장 등 최대 주주 지분율이 20.64%로 낮아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
◇매출 급성장에도 배당 성향 낮아
오스템임플란트는 세계 임플란트 판매량 1위 자리를 4년 연속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대상이 되기 좋은 조건이다. 작년 매출액은 8246억원으로 전년보다 30.6% 성장하는 등 2017년부터 작년까지 평균 20%씩 성장했다. 금융 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올해 오스템임플란트 매출액은 1조528억원으로 작년보다도 27.7%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 2000억원 횡령 관련 비용과 중국 록다운 영향 등으로 실적 둔화 우려가 있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다”며 “특히 2분기는 성수기가 아닌데도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세 분기 연속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회사가 고속 성장을 하고 있지만 배당 성향은 낮은 편이다. 이런 점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대상으로 꼽히는 이유다. 2019년까지는 아예 배당을 하지 않았고, 2020년에는 1035억원 순이익 중 86억원(배당성향 8.3%)을 배당했다. 지난해에는 배당성향이 14.4%(222억원 순이익 중 32억원 배당)로 다소 높아지기는 했지만, 코스닥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26.9%)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동주의 펀드는 “배당성향을 높일 것”을 먼저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지금까지 배당성향이 낮았던 것은 회사가 낸 이익으로 재투자를 하는 성장 위주의 전략을 펼쳤고 실제로 목표치에 맞춰 성장해왔다”며 “앞으로는 주주들을 위해 배당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