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발언의 여진에 일제히 하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 초부터 시작된 주식시장 하락세 속에 개미들이 안전 자산으로 투자금을 옮기고 있다. 안정적이면서도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이 대표적이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을 의미하는 투자자예탁금은 8월 말 기준 53조633억원으로 1월(70조3447억원)과 비교하면 17조원가량 줄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액은 1~8월 11조343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한 해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4조5676억원)보다도 이미 2.5배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하반기 들어 나타난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에서 주가가 오르는 현상) 속에서도 주식시장을 탈출한 개미들이 채권 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는 ‘머니 무브’ 현상이 나타났다. 7~8월 두 달간 증시 대기 자금은 4조원 감소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액은 6조2440억원에 달했다.

◇중도 해지 페널티 없지만 원금 보장은 안 돼

최근 개인들의 채권 투자가 늘어난 배경은 무엇일까. 채권은 발행한 회사나 국가가 부도만 나지 않는다면 약정된 이자와 원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은행 예·적금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다는 점 때문에 지금처럼 다른 투자 자산이 하락하는 시기에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전 자산으로서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들어 채권 금리가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하면서 투자 매력이 높아졌고, 동일 금리를 가정할 때 예·적금 대비 적은 세금으로 이자 소득이 더 크다”며 “또한 은행 예·적금은 해지에 따른 페널티가 있지만 채권은 중도 해지 개념이 없고 상황에 따라 매수·매도가 자유롭다”고 밝혔다.

종류별로 보면 최근 개미들의 투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채권은 금융채였다. 7~8월 두 달간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액(6조2240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2조8425억원(45.5%)이 금융채로 몰렸다. 이어 회사채(2조2003억원·35.2%), 국채(7731억원·12.4%) 순이었다.

금융채 중에서는 은행채(3712억원)보다 카드나 캐피털 등 금융사가 발행한 채권(2조4713억)에 투자금이 몰렸다. 은행채는 안정성이 높지만 금리가 낮다. 반면 카드 및 캐피털사가 발행하는 채권은 안정성과 높은 금리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기엔 다양한 만기 활용한 ‘사다리 타기’ 활용

회사채 중에서는 신용 등급 AA등급 회사채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과거에는 AA등급 회사채가 투자 안정성에도 A등급 대비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 개인들의 투자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금리 수준이 크게 상승하면서 AA- 등급의 회사채 금리도 4%를 넘기는 등 개인들의 투자 수익률 눈높이를 우량 회사채 금리가 맞추면서 투자가 늘어난 것이다. 공사채 중에서는 올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한국전력 발행 채권에 투자가 집중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물량을 확보해 개인들에게 쪼개 파는 채권을 직접 사거나, 채권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만기가 돌아오면 비슷한 만기의 상품이나 더 높은 금리의 채권에 투자하는 ‘사다리 타기’ 방식을 추천한다.

예컨대 채권 투자금을 1년, 3년, 5년, 10년 만기 채권에 각각 동일하게 분산 투자해 시세 변동 위험을 최대한 낮추고, 적정 수준의 수익성도 확보하는 방식이다. 수익률이 높지만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은 장기 채권의 한계를 단기 채권에서 보완하는 것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선호에 맞춰 매달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도 내놓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세전 수익률 연 3.7~4.4%, 만기 1~3년의 월이자 지급식 채권(현대카드·현대캐피탈 발행)을 발행했고, 키움증권도 지난 1일부터 세전 연 4.48% 금리로 매달 이자를 지급하는 메리츠캐피탈 채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