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잡힐 때까지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겠다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의 증시 전망도 극명하게 엇갈리기 시작했다.
낙관론 진영은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물가나 장기금리가 고점을 지났기 때문에 그간의 과도한 저평가 국면이 서서히 끝날 것”으로 본다. 상당수 개인투자자도 이 의견에 동조해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8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금리 인상에 따른 고통은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기업 실적이 앞으로 본격적으로 나빠져 주가가 연말쯤 바닥을 향할 것”이라는 정반대 견해도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이 의견에 가깝다. 최근 사흘간 기관 순매도액이 1조원에 달한다. 극과 극으로 갈린 전망의 근거는 무엇일까.
◇삼성증권 “연말 최고 2800포인트 가능”
연말 코스피 전망치를 제시한 국내 주요 증권사 중 시장을 가장 밝게 보는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연말 코스피가 최고 28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삼성이 시장을 밝게 보는 주된 근거 중 하나는 올해 기업들의 이익 전망을 보수적으로 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코스피 기업들의 순이익(194조8000억원)에서 소프트뱅크 자회사 Z홀딩스와 네이버 종속회사 라인이 합병해 발생한 일회성 평가이익(14조9000억원)을 빼면 179조9000억원이 된다.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160조원인데, 비정상적으로 실적 부진에 빠진 한국전력의 추정순손실(21조8000억원)을 감안하면 사실상 180조원가량 된다는 것이 삼성증권의 분석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세상 못 믿을 게 애널리스트 실적 전망이라지만, 올해 잠복한 실적 불확실성을 감안하더라도 작년 실적보다 15% 이상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 시장의 주가 수준은 작년 대비 이익이 35%나 줄었을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이익 대비 현재 주가수준(밸류에이션)은 과하게 낮다는 의견이다.
미국 10년 국채금리로 대표되는 장기금리가 고점(高點)을 지났다고 보는 것도 낙관론의 중요한 근거다. 그간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른다는 이유로 증시가 극심한 약세를 보였는데, 앞으로 그런 수준까지 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월 미 연준의 금리결정이 끝나고 나면 올 연말 금리 수준이 가닥이 잡혀 금리와 인플레이션 관련 시장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진짜 바닥은 아직…2050까지 떨어질 수”
이에 비해 대신증권은 연말이 저점이고 2050포인트까지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삼성증권과 극명하게 엇갈리는 지점은 경기 전망 부분이다. 인플레이션 정점을 통과한다는 기대감 속에 지난 두어달간 증시가 반등했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충격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제조업 경기가 미국 대표지수인 S&P500에 영향을 주고, S&P500 지수는 우리나라 코스피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데, 미국 제조업 지수가 최근 꺾이고 있어 곧 코스피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대신증권은 전망한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파월은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 경기보다는 물가를 중시하겠다, 침체도 각오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면서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 추세가 연말 또는 내년 1분기에 바닥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 변화율과 주당순이익(EPS) 전망 변화율 예측치 등을 감안해 계산한 주가 바닥이 2050포인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제까지는 반도체를 제외한 기업들의 이익이 괜찮다고 봤었는데, 지금은 반도체 뺀 나머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은 여전한데 경기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할 수 없어 이익이 줄어드는 국면이 시작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