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음악 재생용 MP3 파일 공유 시장을 주도했던 음원 공유 서비스업체 소리바다가 다음 달 7일 상장폐지된다. 한때 음원업계를 풍미했던 1세대 업체가 20여 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음악 저작권 침해 논란과 시장점유율 축소, 경영권 분쟁까지 겹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소리바다의 음원 시장 점유율은 0.4%에 불과해 멜론(34.6%)이나 지니뮤직(10.4%) 등에 한참 뒤떨어졌다. 특히 최근엔 유튜브가 음원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하며 고사 상태에 빠진 소리바다에 결정타를 날렸다는 것이 음원업계의 분석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소리바다는 이날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주식 정리매매 절차를 진행한 뒤 이튿날인 7일 상장폐지된다. 정리매매란 상장폐지 전 주주들이 마지막으로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기회다. 앞서 지난 5월 거래소는 소리바다가 2년 연속 재무제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감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코스닥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회사 측이 가처분 소송을 내며 불복했지만 최근 기각되며 상폐가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정리매매 첫날인 이날 소리바다 주가는 전장 대비 약 90% 폭락한 395원에 마감됐다.
1998년 설립된 소리바다는 2000년 국내 최초로 개인 간 음악 파일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출시했고, 이듬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기존에 카세트테이프나 CD 등을 구매해 음악을 듣던 소비자들은 무료로 음원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소리바다에 몰렸고, 소리바다는 출시 3년 만에 회원 수 2000만명을 기록하는 등 국내 음원 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무료 음원 공유’는 저작권 침해 논란을 낳았고, 소리바다는 다수의 저작권 소송에 휩싸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소리바다는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 유료 모델을 도입했지만, 당시 통신사 SKT, KT 가 각각 운영하던 멜론, KT뮤직(현 지니뮤직) 등 타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점점 밀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휴대전화 가입 고객에게 자사의 음원 서비스를 ‘3개월 무료’ 제공하는 등 집중적인 영업 활동을 하자, 소리바다의 타격이 컸다”고 했다.
이후 2016년 창업주인 양정환 대표가 회사를 100억원에 중국 투자회사에 팔았고, 최근 2년 동안 최대 주주가 5번 바뀌며 경영권 분쟁에 시달렸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관계자는 “일부 서비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무료로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 때문에 최근 소리바다뿐만 아니라 멜론·지니뮤직 등 국내 대표적 음원업체들도 위기에 빠졌다”며 “콘텐츠나 과금 체계의 혁신을 통해 반전을 모색하지 못하면 또 다른 퇴출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