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상화폐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코인 거래소들은 오히려 분주합니다. 지난 5월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패닉 상태로 몰고 간 ‘루나 사태’ 이후 거래소들에 대해 투자자 보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거래소들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구성해 코인 상장 심사 가이드라인과 상장폐지 기준을 만들고 있고, 위기 발생 시 대응 체계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DAXA가 은행연합회나 생명보험협회처럼 거래소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협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투자자 보호책 마련으로 바쁜 거래소들에 최근 또 다른 근심거리가 생겼다고 합니다. “정식으로 협회 같은 조직을 만들면 정치권 출신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정치권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업비트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4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 만들어질 거래소 협회의 임직원 연봉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력 구성은커녕 아직 이름도 없고 사무실도 차려지지 않은 협회 자리에 정치권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죠.
한 거래소 관계자는 “자리를 달라는 국회 보좌관들이 여야 가리지 않고 여럿 된다”며 “지금은 정치권 눈치를 많이 봐야 하는 시기라 거절하기가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좌관은 지난해 코인 거래소로 이직한 보좌관들의 처우 수준을 언급하면서 연봉 3억원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은 지금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제2의 루나 사태를 막기 위해 가상화폐 시장을 다루는 관련 법률부터 만들어야 하고, 이에 맞춰 규제도 정비해야 합니다. 가상화폐 과열이 진정된 지금이 적기입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협회의 구성원들이 자리에만 욕심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전문성과 열정을 갖춘 인물들로 채워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