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용인기술연구소 /현대모비스 제공

최근 한화그룹을 비롯해 현대차·포스코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계열사를 분할하거나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나서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합병·분할 관련 공시는 196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223건을 기록한 후 266건(2020년), 299건(2021년)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 올해는 이미 200건에 육박한 상황이라 연말까지 300건이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안상희 한국ESG연구소 책임투자센터장은 “통상 다음 해 사업계획을 짜기 시작하는 하반기에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도 속도가 난다”며 “지배구조 개편은 기업들이 경영권을 안정화하고 사업을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에 소액 주주들은 자신이 어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투자 전략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사업 분할(Division)하는지 주목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은 회사를 사업부문별로 쪼개거나 다른 계열사와 합병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알짜 사업 부문을 떼어내 새로운 회사를 만들 경우 기존 기업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액 주주들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예컨대 2018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AS 사업 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AS 사업 부문은 모비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주주들의 반발이 있었고,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 대상이 돼 결국 무산됐다.

최근 현대모비스는 논란이 됐던 AS 사업 부문은 그대로 두고 모듈 사업 부문과 부품 사업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현대모비스는 이질적인 사업부를 가지고 있어 사업 구조 개편이 필요했다”며 “이번 계획대로 구조가 개편되면 모비스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고,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장기 포석도 마련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분할한 회사를 상장(IPO)하는지 주시

사업부 분할 소식이 알려진 지난 16일 현대모비스 주가는 장중 6% 이상 급락하는 등 3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분할된 자회사가 추후에 주식시장에 상장되거나 그룹 다른 상장사와 합병된다면 현대모비스의 기업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실제 시장 가치보다 낮아지는 ‘할인’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해 초 LG화학에서 분할한 뒤 상장된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이 회사의 핵심 미래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보고 투자한 주주가 많았다. 하지만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문만 떼어내면서 이 회사 기업 가치는 급락했다. 현재 자회사인 LG엔솔 시총은 105조원으로 국내 2위이지만, LG화학 시총은 43조원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 중 분할 자체보다는 분할 이후 회사가 선택하는 전략과 방향에 따라 소액 주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한국거래소 서울 본사 후문에서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는 '동원산업 합병 규탄집회'를 열고, 거래소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우회상장 심사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뉴스1

◇부정적인 평가 담긴 리포트(Report) 체크

소액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걸러내려면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통상 증권사는 상장 기업들을 평가하는 갑(甲)의 위치인 동시에, 기업들로부터 회사채 발행 등 일감을 받는 을(乙)의 입장도 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들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만일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면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올해 4월 대신증권에서는 동원산업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합병 배경이나 효과에 대한 부분이 다소 모호하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담긴 보고서가 나왔다. 실제로 동원산업이 비상장사이자 그룹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상장사 동원산업 가치를 저평가시켰다는 논란이 나왔다. 이에 소액 주주들은 회사 측에 합병 비율을 다시 산정할 것을 요구했고, 동원 측은 소액 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비율을 조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