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밑에 지하실 있다더니, 지하실 체험 제대로 하고 있네요.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고 버티고 있는데, 설마 지하 3층, 지하 4층 계속 내려가기만 하겠어요?”
지난 6월 초 삼성전자 주가 6만5000원 선이 깨졌을 때 처음으로 100주를 샀던 회사원 임모(37)씨는 6월 말 6만원마저 깨지자 추가 50주를, 최근 주가가 반등세를 탄 것 같기에 6만원 선에서 또 추가로 100주를 사 모았다. 수익률은 줄곧 마이너스. 그는 “낙폭이 과도하다는 얘기가 여기저기 많이 나와서 대표 우량주를 샀는데 최근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다고 해서 손실이 늘어날까 걱정”이라고 했다.
국내 상장 주식 중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카카오의 소액주주 수가 올 들어 총 100만명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연초 이후 주가가 20~30%씩 빠졌지만, 그럴 때마다 개미들은 꾸준히 “저가 매수”를 외치며 시가총액 상위 몇몇 주식을 더욱더 사 모으고 있다. 하지만 개미들의 주가 반등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는 손실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카카오 개미, 올 들어 100만명 늘어
주요 기업 반기 사업 보고서의 소액주주 현황을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총 592만명가량으로, 작년 말(약 506만명)보다 86만여 명 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소액주주가 많은 카카오 역시 작년 말(192만명) 대비 6개월 새 소액주주 수가 12만여 명 늘어난 204만명으로 집계됐다.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올해 삼성전자·카카오 두 회사 소액주주만 100만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네이버와 SK하이닉스 등 소액주주가 70만~80만여 명 규모인 다른 종목들도 소액주주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 정도면 주가가 바닥이겠지” 하고 새로 유입된 투자자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연초 이후 개인 투자자들은 4월까지 매월 평균 4조원 넘는 순매수 행진을 이어왔다.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지만, 곧 반등할 걸로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7월 들어선 물타기(가격이 내려갈 때 추가로 사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투자법)도 주춤해지면서 순매도로 돌아섰다.
그런 와중에도 삼성전자·카카오뱅크·네이버·SK하이닉스 등 국내 증시 대표 종목들에 대한 매수세는 꾸준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2일까지 삼전·카뱅·네이버 3개 종목에만 1조원이 넘는 개인 순매수가 집중됐다. 나머지 종목을 팔더라도 시총 상위 종목에 대한 애정만큼은 굳건한 모습이다.
◇끝까지 믿어본다… 8월 삼전·카뱅·네이버 1조 순매수
문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종목은 업황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고, 카카오 등 빅테크주의 성장성에 대해서도 근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 반도체 수출액이 작년보다 뚜렷하게 감소세를 기록했다. PC용 D램 범용 제품과 낸드플래시 고정 가격이 하락하는 등 업황이 꺾이는 모습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반도체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최대 18%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뚜렷한 반등 기미를 찾기 어렵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최근 초기 투자자이자 주요 주주였던 KB국민은행이 대량으로 지분을 매각한 데다, 직설적인 매도(sell) 리포트가 나오기도 했다. DB금융투자 이병건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플랫폼이라는 지향점과 은행이라는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다”면서 상장 이후 성장성이 둔화됐다는 점을 들어 목표 주가를 2만4600원으로 확 낮췄다. 23일 종가보다도 1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당장 투자금 회수가 급하지 않다면 반등 사이클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시장이 최근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내년 중엔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내년 중엔 시장이 추세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 섣불리 손실을 확정 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