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일본 도쿄 도심 거리에 닛케이225 지수가 표출된 전광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닛케이225 지수는 연초 대비 0.48% 상승 마감해, 주요국 증시 중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했다. /AP연합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지수가 19일 기준 연초 대비 0.48% 상승했다. 주요국 증시 중 유일하게 하락세에서 벗어나 반등한 것이다. 올해 내내 일본 지수에 돈을 묻어두고 있었다면 가만히 있어도 본전을 찾게 된 셈이다.

미국 S&P 500이나 나스닥 지수는 최근 가파른 반등세를 탔어도 여전히 연초 대비 각각 11.28%, 18.79% 하락한 수준이고, 한국이나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두 자리대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독 일본 증시만 약세장을 면하고 있는 비결로는 남다른 저물가 상황과 수년째 유지되고 있는 초저금리 정책, 그리고 기록적 엔저가 꼽힌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증시 투자를 고려한다면 꼼꼼하게 따져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올라봐야 2%인 일본 물가

세계 각국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에 신음하고 있지만, 일본은 2% 물가상승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일본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2.4%로 7년7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2%대라며 뉴스가 쏟아졌다.

그러나 변동폭이 큰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모두 제외한 근원 CPI는 1.2%에 머물렀다. 미국의 7월 CPI는 1년 전보다 8.5%, 근원 CPI는 5.9% 오르는 등 여전히 고공 행진하고 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바짝 올리고 있는 주요국 중앙은행과 달리,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최소 올해 말까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BOJ는 단기금리를 2016년 1월부터 -0.1%로 유지하는 한편, 장기금리 기준이 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0%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고 있다. 미국은 최근 금리를 빠르게 올려 정책금리가 2.5%까지 높아졌다.

인플레이션도 비켜간 일본만의 이런 특수한 상황에 기록적인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일본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달 달러당 138엔까지 떨어지며 2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초저금리+엔화 약세’ 세트를 활용한 내·외국인들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증시를 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통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통화와 차익거래를 하거나,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을 말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캐리 투자 지표로 통하는 일본 내 외국은행 지점 간 거래량이 5월 기준 11조4000억엔(약 111조원)으로 2008년 이후 가장 많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7개 민간 기관들이 올해 일본 성장률이 2.0%로 양호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이 연내에 입국 인원 제한 폐지와 개별 여행 무비자 입국 재개 등 입국 규제를 완화하면 관광객 숫자가 회복돼 내년에는 연간 약 3조5000억엔 수준의 경제 효과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초저금리 영향···”연말엔 엔저 끝날 수도”

발 빠른 ‘일학개미’(일본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들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일본 ETF(상장지수펀드)를 사들이고 있다. TIGER 일본 니케이225 ETF의 경우 올 초 순자산총액이 1753억원이었는데 18일 기준 3541억원으로 2배가 됐다.

다만 일본 증시를 받쳐온 엔화 약세가 지속될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아직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초저금리를 유지하려는 BOJ의 입장에 변화가 없을 걸로 보고 있으나, 인플레이션 추이에 따라 정책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다이와증권의 이와시타 마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일본의 근원 CPI가 3%를 찍고 물가 상승세가 에너지를 넘어 확대된다면 일본은행을 향해 통화정책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시장의 압박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최근 개각을 통해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밝힌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구성된 새로운 내각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과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연말로 갈수록 엔화 강세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