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 주식 투자자는 지금 헷갈린다. 주가지수는 상반기 폭락 후 저점에서 최근 한 달 사이 10% 넘게 급반등했다. 바닥을 탈출한 것인지, 아니면 거대한 약세장 속에 찾아오는 잠깐의 랠리인지 감 잡기 어렵다.
증권업계에 40여 년 몸담은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는 “이럴 땐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 그 추세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오랜 경험상 국내 주가는 금리나 환율,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보다는 기업 이익의 방향에 좌우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주식투자 할 때와 멈출 때’라는 책을 냈다. 그의 투자 원칙대로라면 지금은 “서서히 주식 투자 비율을 늘릴 때”다.
그는 15일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경제성장률 기준으로는 이번 하반기가 바닥일 가능성이 크고, 기업 이익 추정치도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가 썩 여의치 않지만, 현재 수준보다 크게 나빠지지는 않는 정도일 것 같다”면서 “바닥 근처에 와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가 중시하는 지표 중 하나인 고객예탁금 규모도 한 달째 55조원에서 더 줄어들지 않고 횡보하고 있다.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신 전 대표는 1981년 대우증권의 전신인 삼보증권에 입사하며 증권가에 입문해 대우경제연구소 투자전략팀장,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 우리증권 리서치센터장,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등을 지냈다. 우리선물과 IBK투자증권 대표를 역임했다. 증권업계를 주름잡았던 대우경제연구소 출신답게, 숫자에 기반한 시장 분석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기업 이익의 절대 수준보다 이익이 얼마나 꾸준히 증가하느냐 그 추세가 더 중요한데, 기업 이익이 크게 줄어든다는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간 금융 위기나 IT 버블 붕괴 같은 폭락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장세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달에도, 다음 달에도 시간을 분산해 조금씩 투자하는 전략을 짤 것을 조언했다.
다만 한국 자본시장의 한계도 명확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 한계가 왔고, 이 때문에 경기 순환 주기도 지나치게 짧아 주가 기복이 심하기 때문이다. 1970년 이후 한국의 경기 확장 기간은 평균 33.7개월에 불과했다. 미국은 최근까지 128개월간 역대 최장 경기 확장기를 거쳤다. 그는 “미국 기업의 높은 경쟁력 덕분에 미국 기업 이익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장기간 증가해왔다”며 “앞으로도 미국 주가는 세계 주가를 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