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후 고금리 금융상품을 찾아 투자자들이 움직이는 가운데, 대형 증권사의 연 4%대 발행어음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발행어음형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액이 약 11조5000억원으로 한 달 새 1조원 넘게 불어났다. 1년 전(5조7600억원)에 비해 두 배가 됐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 금융 상품으로,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는 대형 증권사만 취급할 수 있다. 현재 미래에셋·한투·NH·KB 등 4사가 판매 중이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이튿날 예치 기간 1년짜리 발행어음 수익률을 연 4.15%(세전)로 일제히 높였다. 가장 늦은 지난달 29일 금리를 조정한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이달 1일까지 2영업일 동안 2000억원이 몰렸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1년 약정 발행어음 금리가 종전 2.9%에서 4.15%로 큰 폭으로 조정되면서, 고금리 은행 예금 상품을 찾던 고객 자금이 몰렸다”고 전했다.
만기가 정해지지 않은 수시입출식 발행어음도 현재 연 2.3% 금리를 받을 수 있다. 91일 이상 180일 이내로 비교적 짧은 기간 맡겨도 최고 연 3.0% 금리를 준다. 한국투자증권은 적금처럼 12개월 정액 적립식으로 발행어음에 가입할 경우, 금리를 연 4.5%까지 주고 있다.
증권사 CMA는 운용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RP(환매조건부채권)형, MMF(머니마켓펀드)형, MMW(머니마켓랩)형, 발행어음형 등으로 나뉜다.
발행어음을 취급하는 증권사는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국공채와 회사채, 주식, 채권, 인수 금융, 구조화 금융 등 다양한 투자처에 투자한다. 발행 증권사가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는데, 현재는 대형 4사의 최고 금리가 4.15%로 같다.
발행어음은 신용도가 높은 초대형 증권사가 발행하는 어음인 만큼 부도 위험은 크지 않지만,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증권사가 파산하면 원금과 이자 모두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