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코스피가 2400선을 회복하는 등 국내 증시가 최근 일부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 심리 위축으로 증시 대기성 자금이 한 달간 4조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실제 주식을 사고파는 금액뿐 아니라, 투자에 대비해 쌓아둔 자금도 줄어들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증시 주변 자금’은 164조8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169조3000억원)보다 4조4000억원(2.6%)가량 줄어든 것이다. 증시 주변 자금이란, 주식 거래에 아직 쓰이진 않았지만 언제든 쓰일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다.

증시 주변 자금엔 투자자들이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에 맡긴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28일 기준 약 54조원), 증권사에 보유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인 ‘신용 거래 융자 잔액’(약 18조원) 등이 포함된다. 통상 1~3개월 뒤 확정 이자를 받고 금융기관에 되팔 수 있는 조건으로 사는 ‘환매 조건부 채권’(약 80조원)도 주변 자금에 해당한다.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어 주식 거래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올 상반기 20% 이상 떨어지는 등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투자 자금뿐 아니라 ‘투자 대기용’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거래 대금은 총 152조원으로 한 달 전(178조원)보다 15% 줄었다. 여기에 증시 주변 자금도 줄면서 시장의 유동성이 전반적으로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증시 반등이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비관론과, 높은 금리 때문에 더 이상 ‘빚투(빚내서 투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상반기 하락장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위험도가 높은 주식은 당분간 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