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가 주식·채권 종목을 직접 골라담는 ‘액티브(active)형’ 상장지수펀드(ETF)가 늘어나고 있다. 미리 설정한 지수를 단순히 따라가는 ‘패시브(passive)형’ ETF와 달리 운용사가 시황을 보고 특정 종목의 전망을 판단해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운용사의 종목 선택이 중요한 메타버스·2차전지 등 테마형 ETF가 다수 출시되면서 액티브 ETF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신규 상장된 ETF 상품 59종 중 액티브형은 26종으로 44%를 차지했다. 신규 액티브 ETF 비율은 3년 전인 2019년엔 5%에 불과했는데, 3년 만에 9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전체 ETF에서 액티브형이 차지하는 비율도 약 12%로 2020년 말(3%)보다 크게 증가했다.
◇운용 재량 큰 액티브 ETF, 기업 실적 예측해 ‘종목 체인지’
ETF는 기본적으로 ‘코스피200 지수’ 같은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데, 액티브 ETF는 이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정도가 패시브형 ETF보다 덜하다. 추종 정도는 상관계수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지수가 100만큼 상승했는데 ETF 가격이 80 올랐다면 상관계수는 0.8이 된다. 패시브형은 상관계수가 0.9 이상이어야 하지만, 액티브형은 0.7 이상이면 된다. 지수를 무조건 따르지 않고 운용사의 판단으로 그때그때 유망한 종목을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액티브 ETF가 증가하는 건 최근 많이 출시되는 각종 테마형 ETF 덕분이다. 테마형 ETF는 메타버스·전기차 등 최근 주목받는 신산업 관련 종목을 담는 상품인데, 그중 다수가 액티브형이라서다.
액티브는 지수로부터 자유로워 각종 뉴스와 정보에 민감한 테마형에 적합하다. 예컨대 삼성자산운용의 한 액티브형 테마 ETF는 지난 4월 게임 업체 A사가 만든 모바일 게임의 중국 진출을 앞두고 A사 주식 비중을 낮췄다. 진출 성적을 부정적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 진출 결과는 좋지 않았고 주가가 급락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지수를 그대로 추종했다면 손실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채권형 ETF 중에서도 액티브형이 많다. 채권 가격은 금리 동향에 민감한데, 금리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즘과 같은 금리 상승기엔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데,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일수록 가격 하락 폭이 크다. 이때 운용사들은 ETF 수익률을 방어하기 위해 장기 채권을 단기 채권으로 바꿔 담는데, 재량 범위가 넓은 액티브형일수록 유리하다는 것이다. 전체 ETF 상품 수가 500종이 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자 액티브형이 증가한 측면도 있다. 운용사의 실력에 따라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액티브형’이 가입자 확보에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운용사 재량권, 장점인 동시에 단점
그러나 액티브 ETF가 내세우는 재량권은 거꾸로 단점이 되기도 한다. 애초에 ‘종목 꾸러미’인 ETF에 투자하는 목적은, 특정 종목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액티브 ETF는 거기에 다시 운용사의 재량을 늘렸기 때문에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패시브형보다 위험도가 높은 것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정해진 레시피(지수)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요리사인 셰프(운용사)의 개성이 들어간 것인데, 음식(수익률)이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높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실제 수익률을 따져봐도 액티브 ETF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는 액티브 ETF가 올초부터 지난 18일까지 올린 수익률은 평균 -19.8%로,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평균(-25.5%)보다 상대적으로 좋다. 하락장에서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수익률은 액티브(-20.9%)가 패시브(-20.5%)보다 더 안 좋았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액티브는 운용사별로 실적이 갈리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패시브형과) 비교하긴 어렵다”면서도 “상반기 기술주 하락폭이 커, 주로 신산업 종목에 투자한 액티브 테마 ETF가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