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3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번주 국내외 시장 상황을 두 단어로 정리하자면 ‘긴축과 부진’이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수요일(13일) 1950년 설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빅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라는 강도 높은 통화 긴축 정책을 폈다. 지난 4월과 5월 각각 0.25%씩 금리를 올린데 이어 또 인상한 것으로, 3달 만에 기준금리가 총 1% 오른 것이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23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지난달 기준 6%)까지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급격한 이자 상승에 고민이 깊어졌다.

금요일(15일)엔 중국의 최근 성장 부진이 숫자로 드러났다. 지난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0.4% 밖에 증가하지 못한 것으로 발표된 것이다. 이는 2년 전 코로나 발생으로 당국이 중남부 대도시 우한을 봉쇄하는 등 초유의 사태를 맞았던 2020년 2분기에 6.8% 마이너스(-) 성장을 한 이후에 가장 낮은 수치다. 1분기 성장률(4.8%)과 비교해도 급락했다. 중국 내 코로나 재확산으로 지난 4~5월 베이징·상하이등 주요 도시가 봉쇄된 여파로 분석됐다. 중국 경제의 저성장은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 된다.

이런 와중에 현재 글로벌 시장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번달 말 발표되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다. 연준은 지난달 이례적으로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는데, 오는 26~27일에도 그와 같거나 혹은 더 큰 폭으로 올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 역시 물가를 잡기 위한 고육책을 쓴 것이다. 특히 지난 수요일(13일)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가 41년 만의 최고치인 9.1% 오른 것으로 발표되자, 이른바 ‘울트라 스텝(금리 1%포인트 인상)’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美연준의 ‘울트라 스텝’ 여부, 유럽 금리 인상이 영향

다음주 목요일(21일·현지시각)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폭은, 미 연준의 ‘울트라 스텝’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연준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영향력이 큰 ECB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강도가 연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초 ECB는 7월에 0.25%포인트를 올리겠다고 했지만, 이달 초 발표된 6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국) 물가 상승률(8.6%)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더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대신증권은 최근 글로벌 마켓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 만큼 ECB의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 여부에 (글로벌) 시장은 촉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요일인 22일 발표가 예정된 미국의 7월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눈여겨 봐야 한다. PMI란 제조업·서비스업 구매 담당자들의 신규 주문이나 재고, 생산 등에 대한 의견을 지수화한 수치로, 미국 산업 업황을 나타내는 지표다. 미국의 제조업 PMI는 지난 4월 59.2에서 지난달 52.7로 떨어졌는데, 이번달 반등한다면 연준은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이 산업에 미치는 부담감을 다소 덜게 된다.

◇유가 하락, 인플레에 제동걸까?

지난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급등했다가 최근 다시 100달러 아래로 내려온 유가의 하락세가 지속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대표적 에너지원인 원유의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최근 고공행진하는 소비자 물가도 안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4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이날 장중에 5.4% 하락해 90.56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기본적인 시나리오대로라면 물가 정점은 (올해)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 정도로 보이고 그 후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뉴스1

다만 유가 하락은 경기 침체의 전조(前兆) 현상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공급이 늘어난 측면보다, 국내외 금리가 오르며 경기 침체 우려로 원유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집계된 7월 1주차 미국 휘발유 수요는 1년 전 대비 약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3일 “인플레이션은 서서히 잡히겠지만, 그다음 걱정거리는 경기침체”라며 “이 두 가지(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어떻게 수습해가면서 정책 조화를 이루느냐가 앞으로의 숙제”라고 언급했다.

◇'육만전자’ 복귀한 삼성전자…반도체주 살아나나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선 ‘부동의 시총 1위’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주의 동향도 살펴볼 만하다. 삼성전자 주가는 15일 전장 대비 4.4% 올라 종가 6만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오만전자’에서 ‘육만전자’로 복귀한 것이다. 전날 발표된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의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호전되면서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는 분석이 나왔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전날보다 5% 오른 9만8700원에 마감했다.

증권시장에선 반도체 주가가 이미 ‘저점’을 찍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삼성전자 등의 자산가치 등을 놓고 볼 때 주가가 이미 충분히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수요에 직결되는 스마트폰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