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전체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도 상승세를 보여 ‘약세장 속 피난처’로 주목받았던 리츠(REITs·부동산 투자신탁)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리츠는 여러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주식회사인데, 대출 금리가 높아지자 이자 비용이 불어나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다. 2~3개월 전만 하더라도 연중 최고점을 찍던 주요 리츠들은 최근 거꾸로 최저점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 국내 리츠 지수인 ‘KRX 리츠 TOP 10′ 지수는 6월 초(1211.15)부터 지난 11일(1013.40)까지 16.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12%)보다 컸다. 이 지수는 국내 상장 리츠 중 시가총액 상위 10종을 모아놓은 것으로 국내 리츠 시장의 업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수는 지난달 22일 연중 최저점을 경신한 이래 11일까지 14 영업일 동안 6번이나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개별 주가를 살펴봐도, 상위 10종 리츠 중 7종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에 52주 최저점을 찍었다.

불과 2~3개월 전만 해도 리츠 시장의 분위기는 좋았다. 4월 말 기준으로 상장 리츠 주가의 3개월 평균 상승률은 13.3%로, 코스피 상승률(2%)의 6배가 넘었다. 리츠는 투자한 부동산의 임대료 수입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연 4~6%가량 배당을 주는데,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리츠 시장에 몰렸던 것이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작년 상장 리츠의 평균 배당률은 7.7%에 달했다.

그러나 국내외 금리가 점점 높아지자 국내 리츠로의 ‘피난 행렬’도 멈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 투자회사는 부동산을 살 때 투자자(주주)들의 돈뿐 아니라 금융권에서 빌린 돈도 쓰는데, 금리가 오르면 매달 내야 하는 이자 비용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비용이 커질수록 주주가 배당받을 수 있는 배당액도 감소하기 때문에, 결국 리츠가 가진 장점이 줄어드는 것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중순 미 연준의 이례적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리츠주 하락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향후 리츠의 투자처인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부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리츠의 하락세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한다. 강경태 수석연구원은 “현재 리츠 주가는 리츠가 투자한 부동산의 자산 가치를 고려할 때 과도하게 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하반기에 금리가 안정되면 리츠 주가도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