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은퇴 나이가 다가올수록 위험 자산 비율을 낮춰주는 TDF(타깃 데이트 펀드)와 여러 종목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ETF(상장 지수 펀드)의 특성을 한데 모은 ‘TDF ETF’가 국내 주식시장에 일제히 출시됐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위험 자산보다 안전 자산의 투자 비율을 높여주는 일종의 ‘생애 주기별’ 펀드인데, 이런 성격을 그대로 적용한 ‘생애 주기별 ETF’가 나온 것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TDF ETF 10개 종목이 유가증권 시장에 동시 상장했다. 이번에 상장한 종목은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TDF 액티브’,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히어로즈 TDF 액티브’, 한화자산운용의 ‘아리랑 TDF 액티브’ 등이다. 이 상품들은 다시 투자자의 설정된 은퇴 시점(2030~2060년)에 따라 3~4가지 종목으로 세분된다.
◇TDF 인기 타고 등장한 TDF ETF
최근 수년간 TDF로 상당한 자금이 몰렸다.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TDF 총설정액은 8조6495억원으로 2019년 말(2조7928억원) 대비 2년 6개월 만에 3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TDF는 젊을 땐 주식 등 위험 자산 비율을 높여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하다가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 자산 비율을 높여 위험을 낮추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은행 금리 수익만으론 은퇴 이후 삶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TDF가 각광받은 것이다.
TDF ETF는 이런 TDF의 특성을 ETF에 접목한 것이다. 이 ETF는 크게 수백~수천 개의 개별 종목이 각각 담긴 ‘주식 세트’와 ‘채권 세트’로 구성된 ‘종합 세트’로 이해하면 쉽다. 처음에는 주식 세트의 비율이 80% 정도로 높다가 시간이 갈수록 20~30%까지 줄고, 채권 세트의 비율은 반대로 늘어나는 식이다. 그간 주식과 채권이 결합된 ‘혼합형 ETF’는 많이 나왔지만, 이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율이 바뀌는 TDF 방식은 처음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수수료 싸고 현금화 빨라
TDF를 ETF로 꾸리면 기존 TDF 대비 수수료(총보수)가 총투자액의 0.14~0.38% 정도로 싸다는 장점이 생긴다. 기존 TDF 수수료는 1% 안팎이었다. 일반 TDF는 펀드 판매사가 중간에 판매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이지만, 투자자가 증권시장에서 바로 사고팔 수 있는 ETF는 그 과정이 생략되는 덕분이다.
현금화도 빠르다. 기존 TDF는 해지하고 돈을 돌려받는 환매 절차에 약 7~8영업일이 소요됐지만, ETF는 주식처럼 2영업일이면 가능하다. 모든 구성 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투명성도 강점이다.
저렴한 수수료가 특징인 만큼, 각 운용사들의 수수료 낮추기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나온 상품 중에 수수료가 가장 낮은 것은 한화자산운용의 ‘아리랑 TDF 액티브’ 상품으로, 최저 0.14%의 수수료만 받는다. 다른 운용사들도 최저 0.2~0.3% 수준이다. 한화운용 관계자는 “여러 지수로 이뤄진 ETF 특성상 운용비가 중첩될 수 있는데,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장기 보유해야 수익 날 것”
종목 구성을 차별화하기도 한다. 키움자산운용의 ‘히어로즈 TDF 액티브’는 ‘채권 세트’ 가운데 해외 채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키움운용 측은 “요즘같이 국내 주식 시장이 부진할 때 달러당 원화 환율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높은 환율로 환산된 해외 채권 가격이 주식의 손실분을 상쇄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TDF 액티브’는 주식 비율을 매년 일정하게 낮춰 투자자가 자신의 자산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TDF ETF도 약점이 있다. 대표적 장점으로 내세우는 ‘쉬운 매매’가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퇴직 연금의 투자처로는 장기적인 안목의 펀드가 바람직한데, 매일마다 가격을 확인할 수 있고 바로 팔아버릴 수 있는 ETF의 특성상 투자자의 매매 심리를 자극해 안정적인 관리가 안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TDF ETF 투자자는 단기적인 가격 등락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단 수년 이상 장기 보유를 할 때 비로소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DF(타깃 데이트 펀드)와 TDF ETF(상장 지수 펀드)
TDF는 퇴직연금 등 연금 투자에 특화된 펀드로, 투자자의 은퇴 계획 시점을 목표 시점(타깃 데이트·Target Date)으로 정해두면 남은 기간이 줄어들수록 주식의 비율을 낮추고 채권의 비율을 높인다. TDF ETF는 주식·채권을 혼합한 ETF에 TDF의 특성을 도입한 것으로, 구성 종목 중 주식과 채권의 비율을 TDF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