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에 소금 한 숟가락 넣는다고 농도가 달라지나요. 반 토막 계좌는 언제 본전 찾나요. 죽기 전까지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할 ‘반려 주식’이 수두룩하네요.”(40대 자영업자 박모씨)
5일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1.8% 상승한 2341.78에, 코스닥 지수는 3.9% 상승한 750.95에 마감했다. 모처럼 만의 반등장이 찾아왔지만 상당수 개인 투자자는 웃지 못했다. 최근 몇 개월 사이 주가가 크게 하락해 수익률은 여전히 두 자릿대 마이너스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3300포인트를 넘어섰던 코스피 지수가 1년 만에 2300선으로 1000포인트 밀린 가운데 지친 개미 투자자들이 증시를 하나둘 떠나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
◇지친 개미들, 거래 대금 반 토막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 7월 6일 2314조400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4일 기준 1810조7000억원으로 500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30조6857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수익률은 기대와 달리 거꾸로 갔다. 순매수 1위 종목인 삼성전자의 평균 매입 가격은 7만1900원. 지난 4일 종가(5만7100원)와 비교하면 평균적인 수익률은 -20.6% 수준이다. 순매수 2위 네이버와 3위 카카오도 같은 기간 평균 매입가 대비 4일 종가를 비교하면 각각 -35%와 -40.8%로, 수익률이 더 낮았다.
반등을 기대하며 저가 매수를 해오던 개인 투자자들은 차차 추가 매수 여력을 잃고 시장을 관망하거나 떠나고 있다. 지난 4일 코스피 시장 거래 대금은 7조3000억원으로 작년 7월 6일(14조7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의 투자자 예탁금도 66조7000억원에서 57조7000억원으로 9조원가량 줄었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코스피+코스닥) 규모도 24조5000억원에서 17조9000억원까지 감소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4일 약 1800억원, 5일에는 4000억원에 가까운 팔자 우위를 기록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5일에는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순매수를 하는 와중에도 개인들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총 70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단기 투자에 나선 일부 개인 투자자가 차익 실현을 하거나, 돈을 빌려서 투자한 투자자들이 빌린 돈을 상환해야 해서 주식을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가 손해를 보고 팔기에는 이미 손실이 너무 커져 있는 상황”이라며 “코스피가 2600선 정도까지 회복되기 이전에는 대부분 투자자들은 주식을 쥐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일저우일저·반려주식·헬스피… 신조어도
6월 이후 국내 증시가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추락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웃지 못할 신조어가 여럿 등장했다.
매일매일 신저가를 기록한다는 뜻의 ‘일저우일저(日低又日低)’, 원금 회복이 요원할 정도로 너무 많이 떨어져서 죽을 때까지 보유해야 할 주식이라는 뜻의 ‘반려 주식’ 등이 그것이다.
또 ‘헬스피(지옥+코스피)’와 ‘헬스닥(지옥+코스닥)’, 마이너스 난 계좌를 회복시키려면 월급 받아 메우는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 의미에서 ‘월급 채굴’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컴퓨터로 암호화된 수학 연산 문제를 풀어 24시간 비트코인을 채굴하듯, 하루하루 고된 노동을 하며 잃은 돈을 메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은 하반기 코스피 예상 범위를 2200~2700포인트로 보고 있다. 반등하더라도 그 폭이 현재와 비교할 때 최대 15% 높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반등이 나오면 현금 비율을 늘리라고 조언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기대감과 미국의 중국 관세 인하 가능성 등이 분위기를 반전시켰지만, 일시적인 요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등 주요국 경기 침체 우려와 우리나라 수출 둔화세, 고환율 등 증시를 둘러싼 악조건들은 해소된 게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