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미국의 물가 충격 등의 영향으로 전 거래일 대비 91.36포인트(3.52%) 하락한 2504.51를 기록했다.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지난 주 금요일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가 4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충격으로 코스피가 13일 3% 이상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36포인트(3.52%) 하락한 2504.51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달 12일 장중 기록한 연저점(2546.80)을 뚫었고, 종가 기준으로는 2020년 11월 13일(2493.9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 지수도 4.72% 하락한 828.77에 마감했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5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198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전망치(8.3%)와 전월 상승률(8.3%)을 웃돈 수준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다우평균(-2.73%), S&P500지수(-2.91%), 나스닥지수(-3.52%)가 급락했다.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음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면서다.

◇코스피·코스닥 465개 종목 ‘52주 신저가’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오는 14∼15일 열리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까지 밟을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 후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 심리가 약화하며 급락한 점이 한국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높은 물가의 지속으로 미국 소비 둔화 가능성이 커져 ‘경기 침체’ 이슈가 유입됐고, 이는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들은 대형주·소형주 할 것 없이 모두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2.66% 내린 6만21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2411개 종목 중 465개 종목이 이날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네이버(-5.93%), 카카오(-4.49%) 등의 기술주 하락 폭이 크고, 그 밖의 LG에너지솔루션(-2.35%), SK하이닉스(-4.35%), 삼성바이오로직스(-3.08%), LG화학(-3.60%), 현대차(-5.15%) 등 시가총액 20위권 내 전 종목이 하락했다.

코스피가 13일 미국의 물가 충격 등의 영향으로 전 거래일 대비 91.36포인트(3.52%) 하락한 2504.51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거래일 대비 41.09포인트(4.725%) 떨어진 828.77로, 원·달러 환율은 15.19원 오른 1,284원에 거래를 마쳤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뉴시스

◇환율도 급등…장중 1290원대 육박하기도

아시아 증시도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 평균은 전날보다 3% 하락한 2만6987.44엔으로 끝났다. 오후 4시 현재 홍콩 항셍지수는 3.2% 급락한 2만1105.09, H지수는 3.4% 하락한 7354.83을 기록하고 있다.

환율은 15원 넘게 급등했다. 이날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8.75원 오른 달러당 1287.65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지난 5월 12일 기록한 연고점(1291.5원) 수준까지 오르자 외환당국은 오후 1시 35분 구두 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은 이날 언론에 전한 메시지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외환당국은 시장 내 심리적 과민반응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구두 개입은 이례적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한국은행 국제국장 명의라는 점을 명시한 채 이뤄졌다. 외환당국 구두개입으로 환율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15.1원 오른 달러당 1284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