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대로 추락해 ‘6만 전자’가 된 지 두 달이 넘었는데도 반등할 기미가 안 보입니다.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는 680만명이나 됩니다. 동학 개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주식이죠. 외국인 투자자들이 수조 원대 매도 폭탄을 퍼부어도 꿋꿋하게 “지금이 바닥일 거야”를 외치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말 주가가 6만5000원마저 깨지자 회사가 임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런 때 회사 임원들이 주식을 사면 회사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알릴 수 있다면서요. 지금 같은 때 회사 주식을 사서 애사심을 널리 알리는 것도 임원들로선 마다할 일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얼마나 동참했는지 궁금하시죠? 주가가 6만원대를 맴돈 지난 두 달간(4~5월) 자사주를 사들인 것으로 공시된 임원은 44명입니다. 등기 5명, 미등기 933명을 합쳐 총 938명의 임원 가운데 4.7%만 자사주를 샀습니다. 가장 적게 산 경우는 134만원어치, 가장 많이 산 임원은 5억3700만원어치를 샀습니다.

회사가 더는 용인할 수 없는 저점으로 본 6만5000원보다 싸게 산 사람도 2명이 있었는데, 그중 1명은 IR 팀장인 서병훈 부사장입니다. 주주들을 상대로 회사를 세일즈하는 역할을 하는 팀의 수장답게 바닥을 정확히 찍는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지난 31일 주가가 6만7400원이었으니 투자하자마자 소폭이지만 이익을 본 셈입니다.

물론 이미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임원들이 많을 겁니다. 임원 평균 연봉이 7억9000만원이라고 해도 여러 사정으로 당장 추가 매입할 자금이 부족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개미들에게는 자사주를 산 삼성전자 임원이 44명 밖에 안된다는 소식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 바닥이라는데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수도 있죠. 임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독려한 것은 결과적으로 보면 괜한 일을 벌인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벤트보다는 삼성전자가 어떤 비전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주가 바닥 탈출의 지름길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