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불어닥쳤지만, 이번 주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2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는 6월과 7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대다수 위원의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연준의 긴축 우려가 어느 정도 증시에 반영이 되고, 지난 주 가격이 폭락한 기술주들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한국 증시도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음에도 코스피는 2600선, 코스닥도 870선을 지켰다.

미국 메릴랜드주 보위에 있는 달러트리 매장 전경./연합뉴스

◇소비 양극화로 갈린 미국 유통업체 실적

미국의 저가 유통업체 달러트리와 달러제너럴은 26일(현지시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달러트리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작년보다 4.4% 증가했다고 밝혔고, 달러제너럴은 매출이 0.1% 감소하기는 했지만 시장 예상보다는 감소폭이 작았다. 이날 달러트리와 달러제너럴 주가는 각각 21.9%, 13.7% 올랐다.

달러제너럴 측은 “소득이 더 높은 고객들이 달러제너럴에서 더 많이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소득층의 저가 유통업체 이용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중·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메이시도 올해 1분기 순이익 2억8600만달러로 작년 1분기(1억300만 달러)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메이시 측은 “코로나 기간 동안 감소했던 정장, 구두 등 고가 의류 매출이 증가했다”며 “명품 등 사치품 판매도 강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메이시 주가는 이날 19.3% 급등했다. 앞서 월마트와 타깃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미국 소비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소매업체 실적 호전이 지난주 월마트, 타깃 실적 악화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를 완화했다”며 “기술주에 대한 ‘대량 매각(Sell off)’ 현상도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은, 물가 상승 전망 3.1%에서 4.5%로 상향

26일에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처음으로 주재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열렸다. 이날 확인된 것은 물가 상승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수개월 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5%로 대폭 상향 조정했고, 경제성장률은 3.0%에서 2.7%로 낮췄다. 사실상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한 셈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국의 중립 금리를 연 2.25~2.50%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1.75%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두 세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2.5.26/뉴스1

◇”뚜렷한 인플레 완화신호 나와야 본격 반등”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이 지났다는 신호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5월 증시 변동성은 투자심리가 크게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던 것은 인플레이션 고착화와 경기침체 우려였다. 다행히 19일 이후 S&P500 지수는 추가적인 하락보다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달 1일 미국에서는 ISM 제조업, 3일 고용보고서가 잇따라 발표된다. 31일과 1일에는 5월 중국 제조업·서비스업 PMI 지수가 발표될 예정이다. 제조업·서비스업 관련 지수에서는 경기 둔화 강도가 어떠한지, 고용지표에서는 임금 상승 속도가 적절히 통제되고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남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소한 증시가 바닥을 다져가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인플레이션 고점이 지났다는 신호와 기업 실적 추세, 투자 심리 등이 개선되면 본격적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주)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 호조가 아직까지는 주식시장에 크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이 인플레이션 완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10일 발표되는 5월 소비자물가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