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매매 개시를 축하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첫날 시가총액 2위(118조원)로 직행했다. /뉴스1

‘삼성전자 주가가 못 오르는 건 LG에너지솔루션 탓이다.’

올해 삼성전자 주주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 말이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 숫자로 증명됐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연기금이 올 들어 삼성전자는 대량 순매도하고 LG에너지솔루션(LG엔솔)만 4조원 넘게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올 1월 27일 LG엔솔 상장 이후 이달 25일까지 이 종목을 총 4조5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연기금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약 1조3000억원)의 3배가 넘는다. 이는 연기금이 LG엔솔을 사기 위해 다른 종목들을 순매도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이 기간 연기금은 삼성전자를 2조원 가까이 순매도했고, SK하이닉스와 우리금융지주, SK텔레콤, 네이버 등 대형주를 수천억 원씩 순매도했다. 이들 주식을 처분한 돈으로 LG엔솔을 사들인 셈이다.

‘LG엔솔발(發) 시장 교란’ 현상은 상장 전부터 우려됐던 것이다. LG엔솔은 상장 직후 시총 2위로 직행했고, 대형주로 구성된 코스피200 지수에도 편입됐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는 시총 비중만큼 해당 종목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종목을 팔아서라도 이 주식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연기금이 수급을 받쳐준 덕준에 이달 들어 LG엔솔 주가는 3.2%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는 2.2% 내렸고, 코스피 지수도 3%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