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일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해 “박정희 시대 이후 가장 특혜를 받은 지역이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인데 이제 자생하려는 노력을 하고, 더 뺏어가려고 하지 말고 다른 지역 좀 도와주라”고 말했다. 산은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다.
그는 이날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산은의 이전으로 부울경에 2조~3조원 부가가치가 생길 것이라는 것은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이고, 국가 경제에 20조~30조원 손해가 생긴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지역 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26일 사의를 표명한 그는 “정권 교체기마다 기관장에 대한 잡음과 비난이 나오면서 흔들기를 한다”며 “대통령이 임명하는 주요 기관장 임기를 2년 반이든 5년이든 대통령 임기와 맞추는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금융권의 대표적 친문 인사인 그는 2020년 9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출판 기념회에서 “가자, 20년(집권)”이란 건배사를 제안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 사장 임명으로 불거진 ‘알박기 인사’ 논란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고 “정권 교체기 기관장 흔들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부터 연임까지 하면서 재직 중이지만, 임기 중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이 무산되고 쌍용차, KDB생명 매각이 불발하는 등 산은이 추진했던 기업 구조조정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5년간 산은이 한 일이 없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적 비방”이라며 “내가 2017년 산은 회장에 취임할 때는 기업 구조조정 현안이 잔뜩 쌓여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구조조정이 거의 추진되지 않았다. 어려운 기업이 생기면 자금을 넣어서 시간 끌고 미봉책으로 연명 치료해서 부실기업 치료가 안 됐다”고 주장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한진해운 등 이전 정부에서 구조조정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