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4% 폭락(26일), 달러화 인덱스 5년 2개월 만에 최고, 미국 1분기 성장률 예상 밖 마이너스,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까지 봉쇄,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시장 참가자들은 숨이 찰 정도로 쏟아지는 이슈 속에 아찔한 4월 마지막 주를 보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미국 주요 기업들은 대체로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나 성급한 시장은 과거보단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40여년 만의 인플레이션과 이 고삐를 틀어쥐기 위해 예고된 급격한 금리 인상, 이로 인해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경기 침체의 그림자…. 그래서 2분기에는 실적이 꺾일 것인지, 얼마나 꺾일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피어오르며 시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때 3%를 위협했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8%대로 낮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한 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금리결정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3~4일(현지 시각) 열린다. 4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서비스업 지수, 4월 미국 고용동향 등 거시경제 상태를 가늠할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뒤늦게 코로나 영향권을 통과하고 있는 중국 지표도 시장의 관심사다. 4월 차이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달보다 다소 떨어졌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어서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3일 발표되는 우리나라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역시 4%대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다음 주 시장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를 짚어봤다.
◇”우리는 모두 타이타닉 위에서 춤추고 있다”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토머스 피터피(Peterffy)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창업자는 최근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두 타이타닉 위에서 춤추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곧 다가오는 거대한 위험을 알아채지 못한 채 위태로운 마지막 파티를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치솟는 물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유혈사태 같은 이슈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속이 울렁거릴 만큼 변동성이 심한 이런 장세가 위태위태하게 계속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올 들어 20% 넘게 하락해 이미 약세장에 진입한 나스닥은 28일 3.06% 튀어 올랐다. 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빗나간 -1.4% 역성장했다는 소식을 오히려 호재로 받아들였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지 않겠느냐는 희망, 그렇게 되면 초저금리 시기가 더 연장돼 주식시장이 좀 더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섞인 결과다. 과연 피터피의 예언이 맞아들어갈지 시장 전문가들은 초조하게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요즘 시장에 연이어 경고를 보내고 있는 모건스탠리는 “요즘 주식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은 단기로 왔다 사라질 것이고, 실적은 예상보다 회복력이 있을 것이며, 세계 투자자들의 자금흐름은 미국이 최고의 주식 시장이기 때문에 여전히 미국으로 향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이런 가정을 ‘마법 같은 생각’이라고 보고 있다”는 내용의 투자자 노트를 발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최근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큰돈을 굴리는 이들은 연초 대비 현금에 더욱더 많은 비중을 싣고 있다고 답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보유량을 50% 이상 늘려 과거보다 ‘훨씬, 훨씬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스텝’은 기정사실, 다음번엔 ‘자이언트 스텝’?
현지 시각으로 3~4일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가 50bp(0.5%포인트) 인상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제까지 기회가 있으면 수차례 예방주사를 놓았기 때문에, 50bp 인상 발표에 깜짝 놀랄 시장참가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긴축 경로가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지난 18일 “연준이 0.75%포인트 인상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파월 의장이 지난 21일(현지 시각) 국제통화기금(IMF) 토론회에서 “(빅스텝) 이후에도 금리를 매우 빠른 속도로 올리겠다”고 말한 것에서 일명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연준이 6월과 7월 두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2분기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할 것이며, 경기가 빠르게 위축돼 연준이 금리인상 경로를 연내에 수정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JP모건은 인플레이션이 놀랄 만큼 낮아질 수 있다면서 연준이 하반기에는 공격적인 지금의 긴축 경로를 수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전망에 UBS도 동의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꺾이면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FOMC 후 기자회견에서도 인플레이션 고점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허진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3월 인플레이션 고점이 명확해질 때까지 한두 달의 시간이 더 필요하고, 미국 경기와 노동시장 지표가 견고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여전히 금융 긴축 정도가 충분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번 회견에서는 파월 의장이 기존 스탠스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