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대출 금리에 붙는 가산 금리가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4개월 만에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1분기(1~3월) 은행들의 가계 대출은 감소세를 보였지만,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5대 은행의 순이익은 3조원을 넘어섰다. 1분기 기준 3조원 돌파는 처음이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지난 3월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064%로 집계됐다. 2월(연 4.016%)보다 0.048%포인트 올랐다. 이 중 가산 금리는 한 달 전보다 0.022%포인트 오른 연 3.106%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3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11월(연 3.1%) 이후 4개월 만에 신기록을 갱신했다.
은행들은 대출을 해줄 때 기본 금리에 일정 비율의 가산 금리를 추가해 금리를 정한다. 시장 금리 등에 따라 정해지는 기본 금리와 달리 가산 금리는 은행마다 업무 원가, 연체 위험률, 목표 이익 등을 감안해 달리 매겨진다.
◇5대 은행 이자 이익 10% 이상 증가
작년 하반기부터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금리가 높아지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작년 8월과 11월에 이어 지난 1월에도 인상한 영향 등으로 대출 수요가 줄고, 부동산 거래도 주춤하면서 가계 대출은 감소하는 흐름이다. 5대 은행의 가계 대출은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대출 총량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가 뛰면서 1분기 순이익은 크게 늘어났다. 5대 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3조6932억원으로 작년 1분기(2조8334억원)보다 30.3% 늘었다. 가계 대출 증가세는 꺾였지만, 기업 대출은 1065조7000억원(작년 4분기)에서 1093조9000억원(올해 1분기)으로 28조2000억원이나 늘면서 은행 수익이 좋아진 측면도 있다.
1분기 KB금융의 이자 이익은 2조648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6% 늘어났다. 신한금융도 17.4% 늘어난 2조4876억원, 하나금융은 17.4% 증가한 2조203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의 이자 이익도 작년 1분기보다 각각 22.7%, 6.3% 증가했다. 물가 상승에 대한 대응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커졌는데 은행은 수익이 늘어나는 중이다. 은행들은 금리 결정 과정에서 과도한 이익 챙기기는 없다고 설명하지만, 일부에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5대 은행 가계 대출 4개월 만에 반등할 듯
4개월간 이어진 가계 대출 감소세도 이번 달부터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703조4484억원으로, 3월 말과 비교해 2547억원 늘었다. 특히 주택 담보 대출이 같은 기간 506조7174억원에서 507조1182억원으로 4008억원 불어났다. 부동산과 대출 규제 완화를 공약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가계 대출 증가율이 2분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보여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대 금리는 소폭, 가산 금리는 대폭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도 인상하고는 있다. 하지만, 대출 금리가 뛴다면, 예금 금리는 걷는 중이다.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1.50%로 올린 직후에도 예·적금 금리를 인상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작년 12월 출시한 ‘아름다운 용기 정기예금’ 금리를 기존 연 1.8%에서 연 2.2%로 0.4%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이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이미 작년 12월 대비 0.39%포인트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연 3~4% 금리를 준다는 은행 예·적금 상품도 실제 최고 금리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 최고 금리 연 3.6%인 KB국민은행의 ‘KB반려행복적금’은 적금 만기 전까지 반려동물 애정 활동을 10회 이상 등록하고, 이 은행의 알뜰폰인 리브엠을 개통해야 한다. 연 5% 금리를 준다는 IBK기업은행의 ‘도토리통장’은 20만원까지만 5%를 적용하고,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0.1% 이율이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