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동원산업 소액주주들이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 비율이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산정됐다며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인근에서 합병 반대 시위를 벌였다. /뉴스1

동원산업 소액 주주들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났습니다. 동원산업이 최근 비상장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동원산업 소액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불만이 불거졌습니다.

지난 2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합병 반대 시위가 있었고, 21일에는 동원산업 주식을 보유한 몇몇 자산운용사와 기업지배구조 단체, 금융 전문 변호사들까지 가세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였습니다.

동원산업은 시가총액이 1조원에 못 미치는 시총 263위 기업이지만, ‘동원참치’로 유명한 회사죠. 불굴의 개척 정신으로 한국 원양 산업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을 존경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정도면 ‘국민 기업’으로 불릴 만한 회사인데, 합병 비율이 문제가 됐습니다. 비상장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김재철 회장이 24.5%,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68.3% 등 오너 일가가 99.6% 지분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합병 계획에서 이 회사의 가치는 높게 평가되고, 합병하는 법인인 동원산업의 가치는 낮게 평가됐다는 것이 소액 주주들의 주장입니다. 발표된 합병 비율대로면 동원산업 주주들의 지분율은 4.5%가 줄어 1250억원이 넘는 손해가 예상됩니다. 반면, 김재철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5% 넘게 상승해 1400억원 이상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현행법상 합병 때 회사 가치는 시가와 순자산가치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소액 주주들은 “동원산업 주가가 장부 가치의 절반에 불과한 지금 굳이 시가로 평가해 합병 비율을 동원산업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산정했다”고 주장합니다.

21일 합병 반대 주주 포럼에서 “김재철 회장님과 김남정 부회장님은 아마 이번 합병 비율 왜곡으로 지난 수십년간 쌓아온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투자의 귀재, 현인(賢人)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런 말을 했죠.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잃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요.

현재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8.3%를 소유한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 합병하면 지주회사인 동원산업 지분 48.4%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