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모습. /뉴스1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고 있습니다. 인수를 계기로 국민적 신뢰를 높이고 모범이 되는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비난보다는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자체 및 자본 조달을 통해 인수 자금을 준비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11일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한 기업이 돌린 ‘호소문’이 화제였습니다.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 의사를 밝힌 쌍방울그룹이 낸 것인데, 이 회사가 이례적인 행동을 한 것은 세간의 ‘먹튀 논란’을 의식해서였습니다.

에디슨모터스, KG그룹, 쌍방울 등 최근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기업마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여의도 증권가에는 ‘염불에는 뜻이 없고 혹시 다들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돕니다. 이들 중 일부는 주가가 치솟은 사이 계열사 주식을 팔거나 전환사채(CB)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이익을 챙겼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쌍방울그룹도 최근 계열사인 미래산업이 주가 급등 직후 주식을 대거 팔아 차익을 실현한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는 등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자 “가짜 뉴스다.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1일에는 ‘호소문’까지 낸 것이죠.

하지만 개운치 않다는 말이 나옵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또 다른 계열사 광림은 전환사채 총 221억6000만원에 대해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지난 8일 공시했습니다. 회사 발행 주식의 14.5%에 달하는 물량인데, 발행 회차마다 다르지만 일부 전환사채 보유자는 전환가액 대비 100%가 넘는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입니다. 운영 자금이 필요해서, 또는 채무 상환을 목적으로 발행했다는데, 7개 상장사가 서로 물고 물리는 순환출자 구조로 계열사 간 자금 거래를 활발히 하고 있는 그룹인 만큼,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겁니다.

쌍방울그룹은 간간이 구설에 오르는 편입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일었을 때도 이름이 등장했었죠. 쌍방울그룹의 해명을 믿든, 믿지 않든 쌍용차 인수를 둘러싼 주가 변동으로 투자자가 손해 보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