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대우조선해양 ‘알박기 인사’를 견제하고 감시했어야 할 산업은행 이사회가 절반 이상 친(親)정부 인사로 채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조선 사장 선임 과정에서 산업은행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산업은행 이사회는 현재 이동걸 회장, 최대현 산은 수석부행장, 주태현 전 기재부 관세정책관, 손교덕 경남대 석좌교수, 육동한 전 강원연구원장, 김영욱 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 조한홍 미래에셋생명 법인영업총괄대표, 정동일 숙명여대 교수 등 총 8명으로 구성돼있다.

지난 해 3월부터 임기가 시작된 주태현 감사는 현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정책청년기획위원회 소득주도성장추진단 정책지원관을 지냈다. 비상임이사인 육동한 전 원장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섰고, 정동일 교수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사회정책 비서관 출신이다. 조한홍 사장의 경우 동생 조한기 씨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의전비서관 출신이다. 8명 중 4명이 친정부 인사인 셈이다.

여기에 최대현 부행장은 이동걸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내부인사다. 최 부행장은 2018년 비서실장을 맡아 이 회장을 보좌한 뒤, 산은 핵심 업무인 기업 구조조정을 총괄해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선임부행장’직을 신설해 최 부행장에게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수석부행장 직급과의 관계가 모호하다보니 내부 혼란이 있어 작년 12월 1년만에 선임부행장을 폐지했지만, 수석부행장 자리에는 다시 최 부행장이 임명됐다. 이사회 구성원 8명 중 최소 6명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 내부에서 토론 과정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산은 이사회는 정부나 이동걸 회장의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설계돼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대우조선은 민간기업이라는 이유로 선을 긋기에는 이미 수 조원에 달하는 혈세가 들어간데다, 여전히 산은은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라며 “산은 이사회가 정권 교체기라는 점도 고려해 이번 대우조선 사장 인사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