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 예금의 회전율이 15.6회로 집계됐다. 198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돈이 도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뜻이다. 저금리로 돈이 많이 풀린 데다, 코로나 지원금 등으로 시중에 현금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또 작년 하반기 주식과 가상 화폐 등 자산 시장이 식으면서 돈이 도는 속도가 뚝 떨어진 것이다.
3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은행 요구불예금(보통예금 등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예금)의 회전율은 월평균 15.6회로 1년 전(17.3회)보다 더 줄었다. 예금 회전율은 돈이 얼마나 활발히 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 달간 예금 계좌에 돈이 몇 차례나 들락거렸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예금 회전율이 줄었다는 것은 시중에 현금은 풍부한데 갈 곳이 없어졌다는 뜻”이라며 “특히 지난해 국내외 주식시장이 정체하거나 하락 장세를 보이면서 대기성 자금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금 회전율은 34.8회를 기록한 2010년 이후 하락해왔지만, 2017~2019년까지는 19회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2020년부터 2년 연속 급격히 떨어졌다. 돈이 많이 풀려 돈이 도는 속도가 떨어진 것이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일반적으로 경기가 호황일 때 회전율이 상승하고, 불황일 때는 하락하게 된다”며 “최근 2년간은 저금리 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코로나 등으로 미래 상황이 불확실하다 보니 현금을 일단 쌓아두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 유동자금뿐만 아니라 은행 계좌에도 돈이 늘어났다. 작년 말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334조1267억원으로 1년 전(260조4530억원)보다 28.3% 늘었다. 코로나 첫해인 2020년에도 27.4%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 10년(2010~2019년)간 평균 예금 증가율(10.7%)의 거의 3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