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소 완화한 영향으로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AP 연합뉴스

29일(현지 시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터키에서 가진 5차 협상에서 양측이 평화협정에 한발 다가섰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서방 금융시장이 일제히 환호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가 3%대 급등했고, 뉴욕 증시도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그동안 주가를 흔들어댔던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값은 일제히 꺾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경기침체 전조 증상이라는 장·단기 채권 금리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는데도 랠리가 멈추지 않았다. 뉴욕 주요 지수는 전쟁 발발 이전인 올 2월 초 수준을 가뿐히 넘어선 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꺾이기 시작하던 작년 말 수준마저 곧 넘어설 기세다. S&P500지수는 최근 11거래일 사이 11%, 나스닥은 같은 기간 16.2% 뛰었다. 이런 단기 급등은 역사적으로도 흔하지 않았다. 아직 금융시장엔 위험천만한 변수들이 산재해 있는데도 주가가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픽=송윤혜

◇ 11일 만에 11% 급등…“역사적 강한 반등세”

이날 다우지수는 0.97%, S&P500은 1.23%, 나스닥은 1.84% 상승 마감했다. 애플 주가가 11거래일 연속 상승해 사상 최고가에 근접했고, 테슬라도 주당 10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최근 뉴욕 증시의 매수세는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시장에서 주가가 약세를 보였던 지난 4개월간 593억달러(약 72조원)가 순매도됐다. 매수보다 매도가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나스닥시장에서 지난 4개월간 빠져나갔던 돈이 불과 최근 10거래일 사이에 전량 순매수로 돌아왔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나스닥시장의 최근 10거래일간 상승 폭은 1990년 이후 상위 1.2%에 해당하는 강한 반등이다. 김성환 신한금투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방어적 자세에서 공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로, 기술적 반등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연초 이후 주가를 끌어내린 악재 중 아직 제거된 것은 없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하고, 미 연준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으며, 나머지 나라들도 코로나로 시작했던 돈 풀기 조치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아직 끝난 게 아닌 데다, 원자재 값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유가는 100달러가 넘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사자’ 버튼을 누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돈이 넘쳐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팬데믹으로 풀린 돈이 수조 달러에 달하는 데다, 미국 주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등으로 막대한 자금을 뿌리고 있다.

넘치는 대기 자금을 쥔 투자자들은 희망적인 지표만 선택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미국 일자리가 2월에 67만8000명이나 늘어나며 월가 예상치의 두 배에 육박했다는 것이나,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58.9로 나온 것 등이 대표적이다.

◇ 불안한 랠리…“역풍 맞을 수도”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채권시장과 반대 행보를 보이는 주식시장에 대해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미국·유럽 채권 전략부문 스리칸스 상카란 대표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을 호재 삼은 이런 랠리는 단지 일시적 신호에 불과하다”면서 “시장은 곧 매파적 중앙은행으로 시선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에 0.5%포인트씩 금리 인상하는 때가 다가오면 시장은 다시 공포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마리안 몽테뉴 그라디언트 인베스트먼트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휴전협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계속되는 글로벌 공급 부족 사태는 시장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에 나선 러시아에 대해 미국 정부 등은 기본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언제고 태도가 돌변해 상황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랠리가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