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대졸 인턴은 금턴(金+인턴), 다른 핀테크도 은턴(銀+인턴)이라네요.”
작년 12월 카카오뱅크가 서버 개발자 등 3개 직종에 대한 채용 전환형 인턴 모집 공고를 내자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들이 꼬리를 물었다. 지난해 구인·구직 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취업준비 중인 대졸자 598명을 대상으로 금융권 취업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카카오뱅크가 KB국민은행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장래 성장 가능성을 밝게 보는 데다 수평적인 근무 분위기와 복지제도 등이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경력 없이는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시중은행과 달리 대규모 대졸 정기공채를 실시하지 않고 있고, 서류 전형 때부터 ‘최소 ○년 이상 경력’을 지원 자격으로 못 박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각종 자격증으로 화려한 스펙을 쌓아도 관련 직무 경험이 없으면 원서 통과도 어렵다. 현재 서류 접수 중인 카카오뱅크의 상시·수시 채용 공고 112개 가운데 무경력자가 지원 가능한 직무는 단 1개뿐이다.
◇인터넷은행 5년간 대졸 신입 채용 15명 그쳐
채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실전 경험이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은 다른 대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은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 3곳의 총일반직원 1635명 가운데 입사 전 다른 회사를 다닌 적이 없는 무경력 대졸 신입 직원은 15명(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문을 연 토스뱅크는 경력이 없는 신입 직원 입사는 단 1명도 없었고,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금까지 13명, 2명씩을 뽑았다.
그 외 나머지 직원은 모두 은행이나 IT 회사, 사기업 등에서의 근무 경험이 있었다. 카카오뱅크 임직원은 2017년 300여 명에서 2021년 1000여 명으로 불과 4년 만에 3배 이상 몸집이 불었는데, 그 절대다수가 경력직이었던 셈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대형은행 인력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신생 회사이다 보니 신입 직원을 뽑아 연수하고 가르칠 여유가 없다”며 “그렇다 보니 출근 첫날부터 업무에 투입해도 두세 사람 몫을 해낼 경력직 출신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100% 비대면인 업무 특성상 숙련된 직원을 뽑아야 사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점 때문에 수억원의 연봉을 주더라도 경력자를 주로 뽑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공채는 언감생심이고 채용 전환용 인턴 자리도 지원자가 몰리면서 좁디좁은 문이 되고 있다. 작년 11월 케이뱅크가 대졸자와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모집한 두 자릿수 선발 채용 연계형 인턴십에 2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어느 신생회사나 출범 초기에는 업계 실력자들 위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쪽에 더 집중하기 마련”이라며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업계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장기 플랜을 세워 신입 직원을 채용·교육하는 문화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했다.
◇경력직 선호 경향 더 강해질 듯
경력직 선호 경향은 이 회사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핀테크 업계도 수시채용 공고를 낼 때 최소한의 근무 경력을 지원 요건으로 두는 곳이 많다.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의 경우 작년 한 해 채용 인원의 79%가 경력직이었다. 지난해 11월 전 직원에게 최대 1억원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파격적인 복지 제도를 도입해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높지만, 무경력자도 지원 가능한 채용 공고는 거의 나지 않는다. 작년 실시된 3개월짜리 채용전환형 인턴 모집 경쟁률은 40대1이었다.
직원 수 210여 명의 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도 연간 신규 채용 직원의 90%가 경력직이다.
금융위원회가 2015년 6월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할 때만 해도 “IT·금융 융합을 통한 핀테크 활성화 및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동종 업계 간 이직이 활발할 뿐 신규 고용 창출은 미미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