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주요 시중 은행.

우리은행 차기 행장으로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이 지난 7일 내정되면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위한 포석이 깔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 회장은 내년 3월 두 번째 임기가 끝나지만, 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4연임하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하는 등 장수(長壽) CEO(최고경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 CEO의 장기 연임은 해묵은 논란거리다.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초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그룹 회장 자리를 특정인이 장기 재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후계자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된 적도 적지 않다. 반면, 미국 등에서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처럼 10년 넘게 장기 집권한 CEO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손태승 회장 추진력 시험대

손태승 회장

손태승 회장은 이번 은행장 인사로 3연임에 사실상 시동을 걸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원덕 행장 내정자는 손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손 회장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왔다. 손 회장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꼽혀온 권광석 현 행장(상업은행 출신)과 달리 내년 금융지주 회장 선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손 회장 자리를 위협할 경쟁 상대가 금융그룹 내에서 사실상 없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안 진다” 여당·노조 반발

CEO의 임기가 짧으면 중장기 성과보다는 단기 업적에 치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해외에서는 금융사 CEO들이 장수(長壽)하는 경우가 많다. 다이먼 회장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 JP모건 회장을 이끌고 있다.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골드만삭스 회장도 2006년부터 12년간 회장직을 수행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금융산업은 규제 산업인 데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공공성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은행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는데, 은행들이 스스로 영업을 잘했다기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급등에 따른 빚투 열풍과 금융 당국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여당과 노조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제한하는 법까지 발의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1회,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들어 말을 아끼고 있지만, 금융 당국도 그동안 불편한 입장을 내비쳐왔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7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주인이 없기 때문”이라며 “대주주가 없다 보니 너무 현직이 자기가 계속할 수 있게 여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 장수 CEO들 성과는 우수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경우 회장이 장기 재임할수록 실적이 좋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각 은행별 연간 당기순이익 증가율 평균치를 비교하면, 하나은행이 19.2%로 4대 은행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이 9.5%로 뒤를 이었고, 우리은행(8.6%), 신한은행(3.3%) 순이었다. 하나은행은 2015년 9월 외환은행과 합병해 2016년 당기순이익이 1년 전보다 218.7% 급등했다. 합병 효과가 사라진 2017년 이후 순이익 증가율은 평균 13.2%였다.

또 회장이 연임할수록 은행 실적이 나아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김정태 회장의 첫 임기였던 2012~2014년 3년간 순이익 증가율이 4대 은행 평균보다 높았던 적은 2013년 단 한 번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임기였던 2015~2017년에는 세 차례 모두 4대 은행 평균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세 번째 임기(2018~2020년) 때는 2018년을 제외하고 모두 평균을 웃돌았다. 국민은행도 비슷하다. 윤종규 회장의 첫 임기(2014~2016년) 동안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은행 평균보다 높았던 해는 2015년 한 해였다. 하지만 두 번째 임기(2017~2019년) 때는 2017년과 2019년에 평균을 웃도는 증가율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