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테마주로 주목받는 수소경제 관련주와 원자력발전 관련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소주들은 거의 대부분 연초 후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원전주들은 상당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에서 수소주와 원전주는 각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테마주로 불린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은 현재까지 윤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환경 정책인 수소경제를 미래 산업 핵심으로 내세우는 반면, 윤 후보는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일 TV 토론에서 이 후보는 “미래 산업의 핵심은 재생에너지고 재생에너지의 중심은 수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한 줄 공약을 내세웠다.
◇원전 대선 테마주 맑음
원전주 강세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유럽연합(EU)이 지난 2일 원전 투자를 친환경(녹색) 활동으로 분류하는 ‘지속 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안을 확정했다.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보는 의견이 사실상 EU의 인정을 받은 셈이다. 한국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며 작년 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제외한 것과 정반대의 흐름이다. EU택소노미는 EU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친환경 활동의 기준이 된다. 탄소 중립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최근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이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원전주들이 힘을 받고 있다. 원전 감시 제어 시스템 개발사 우리기술은 연초 후 7일까지 주가가 19% 올라 원전주 가운데 성적이 가장 좋았다. 보성파워텍(15%)·에너토크(12%)·오르비텍(6%) 등 다른 원전주의 수익률도 양호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8%, 코스닥지수는 13% 떨어졌다. 연초 후 하락했던 한전기술·일진파워 등 일부 원전주는 이달 들어 상승 반전하고 있다.
◇수소 관련주들은 흐림
반면 작년 9월 현대차·SK·포스코가 공동 의장을 맡는 수소기업협의체(코리아H2비즈니스서밋)까지 발족하며 뜨거웠던 수소경제는 식고 있다. 올해 수소연료전지차의 세계 판매량 전망치는 2만여 대로 전기차(600만대)의 300분의 1 수준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폴크스바겐,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수소차 개발·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작년 말 수소차 프로젝트를 일시 멈추기로 했다.
수소경제 지침이 될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 관리에 관한 법(수소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수소 생산 과정에 원전 활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야당과 이를 반대하는 여당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43조원 실탄을 마련해 놓고도 관련 법 제정이 늦어져 속만 태우고 있다.
수소 연료 탱크 제조사 효성첨단소재는 연초 후 7일까지 주가가 28% 하락했다. 두산퓨얼셀·일진하이솔루스·상아프론테크(이상 -23%)·에스퓨얼셀(-22%) 등이 20% 넘게 떨어졌다. 대부분의 수소주 수익률은 연초 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대선 테마 급등락 주의해야
대선 분위기에 휩쓸려 주식들의 부침이 커지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8대(2012년)·19대(2017년) 대선의 사례를 분석해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대선 테마주의 주가가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선거 전에 급등을 했더라도 실체가 없어 곧 거품이 꺼졌다는 말이다.
개인 투자자 19명이 공모해서 대선 테마주 중 상한가 조짐이 보이는 종목을 선정한 후 대규모 매수 주문을 상한가에 제출하는 ‘상한가 굳히기’와 상한가로 낸 매수 호가를 체결 없이 취소하는 ‘허수 호가 제출’ 등으로 시세를 조종해 차익을 얻으려다 금융 당국에 적발돼 수사기관에 넘겨진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풍문만으로 거래가 급증한다면 이미 단타 매매 등 투기 세력의 공격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미 주가가 급등한 종목의 추종 매수는 자제하고, 대선 테마주 투자 전 금감원·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에서 실체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