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도권 진입에 성공한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들이 공격적으로 조직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의 직원 수는 지난 한 해 동안 500여 명에서 900여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올해에도 코인원이 연초부터 100여 명의 대규모 경력 채용을 진행하는 등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소들의 영입 대상 리스트에는 IT(정보기술) 개발자나 금융전문가뿐 아니라 자신들을 규제하는 금융 당국 공무원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앞으로 금융 당국의 규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향을 잡아가는 데 있어 직접 규제를 해본 경험이 있는 당국 출신만 한 전문가는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도 금융위원회 감사담당관실 소속 A사무관이 사표를 내고 코인원으로 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금융위 공무원의 가상 화폐 업계로의 이직은 작년 말 빗썸으로 이직한 B 전 사무관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코인원은 A사무관을 영입하기 위해 3개월 넘게 구애(求愛) 작전을 펼쳤다고 합니다.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당국 관계자들이 가상 화폐 업계로 이직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아직까지는 적지 않기 때문에 A사무관도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1호와 2호 사례가 나왔기 때문에 가상 화폐 업계로 이직을 고민하는 공무원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금융위 위임을 받아 감독 실무를 맡는 금융감독원에서도 이미 가상 화폐 업계로의 이직이 활발해졌습니다. 업비트의 CSO(최고전략책임자) 임지훈씨가 금감원 출신입니다. 또 작년 초까지 금감원에서 핀테크현장자문단 부국장을 지내던 이해붕 부국장도 업비트로 이직해 투자자보호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가상 화폐가 새롭게 성장하는 업계이다 보니 금융 당국 출신들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B 전 사무관의 경우 빗썸에서 경영혁신 TF 실장을 맡아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문제가 될 만한 소지는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이들이 그동안 쌓은 관료 사회 인맥을 동원해 당국의 제재를 막아주는 ‘방패’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닌지 감시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