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크래프톤 등 지난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5개 대형 공모주의 주가가 최고가 대비 30~40%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식은 현재 기업의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성에 더 무게를 두고 투자하는 ‘성장주’로 분류되는데, 국내외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주의 몸값은 미래 가치를 현재 금리로 나눠 측정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몸값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5만1100원으로 상장 후 최고가인 9만2000원 대비 44.5% 하락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상장 후 최고가(33만5500원)보다 36.5% 하락한 21만3000원으로 떨어졌다. 크래프톤은 38만1500원으로 공모가(49만8000원)보다 23.4% 낮은 수준이었다.
◇금리 인상 직격탄 맞은 성장주
지난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공모주들은 미래 유망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SK바이오사이언스), 배터리(SK아이이테크놀로지), 게임(크래프톤)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금융 기업이지만, 인터넷 플랫폼 성격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올 들어 국내외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대응 등을 위해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성장주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11일에도 전날 대비 3.4% 하락한 4만93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7일부터 3거래일 연속으로 상장 후 최저가를 경신했다. 카카오뱅크는 시총이 23조4490억원까지 줄어들면서 금융주 시총 1위 자리도 KB금융(24조9480억원)에 내줬다. 크래프톤 역시 11일 36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는데, 지난 6일부터 4거래일 연속으로 사상 최저가를 기록 중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지난해 대형 공모주의 경우 ‘저금리와 유동성’이라는 우호적인 환경 속에 국민연금과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상장 초기 이들 주식을 국내 증시 내 비중에 맞춰 순매수하면서 주가 최고점이 다소 높게 형성된 측면이 있다”며 “금리 인상 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향후 축소되는 상황에서 이들 주식이 지난해 기록한 최고점을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카카오도 하락세, 개미는 ‘저가 매수’
지난해 공모주는 아니지만 성장주의 대표 주자인 인터넷 플랫폼 기업 카카오와 네이버 역시 올 들어 주가가 하락세다. 카카오는 11일 9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지난해 말(11만2500원) 대비 15.6% 하락한 것이다. 이날 네이버도 전날과 같은 33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는데, 지난해 말(37만8500원)에 비해서는 주가가 11.5% 떨어졌다.
두 종목 모두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다. 카카오가 개인 투자자 순매수 4위(2조9030억원)였고, 네이버는 8위(1조6110억원)였다. 지난해 평균 순매수 가격과 11일 종가를 비교하면 지난해 카카오 주식을 순매수한 투자자의 수익률은 -24.8%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주식을 순매수한 투자자 역시 8.7%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서도 카카오 등 주가가 하락한 성장주를 주로 순매수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카카오(7710억원)였다. 순매수 2위인 삼성전자(7340억원)를 제외하면 네이버,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순매수 상위 종목은 모두 최근 주가가 하락한 성장주였다.
이 같은 개미들의 성장주 편중에 대해 금융투자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금리가 오르게 되면 성장주의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며 “기업 가치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니 다시 사면 오를 것’이라고 접근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